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이 소득이나 재산과 같은 경제력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나라별 행복도를 조사해보면 히말라야 동남부에 자리잡은 은든의 나라 부탄이나 세계 최빈국 방글라데시, 비무장 영세중립국인 중미의 코스타리카 같은 나라들이 상위를 차지한다. 경제적으로는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공동체를 유지하면서 조화롭게 사는 나라들이다. 약육강식의 치열한 경쟁보다는 협력을 중시하고 정신적 만족감을 추구하는 문화전통도 갖고 있다.
이들 나라는 심리적이고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를 설문조사 방식으로 측정할 때 항상 수위를 달린다. 행복도를 측정하는 다른 방법은 1인당 소득, 기대수명, 의료서비스, 교육정도, 노후대비, 사회적 안전망 등 삶의 질과 관련한 지표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국민의 행복을 증진하기 위한 정책방향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아주 유용하다.
한국의 행복도는 경제력에 비해 현저히 낮다. 심리적 만족도는 물론 행복지수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의 각종 지표를 바탕으로 행복지수를 측정한 결과 한국은 10점 만점에 4.2로, 34개국 가운데 32위에 머물렀다. 행복도를 높이는 건 국가적 과제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선 후보가 공약을 총괄할 국민행복특위를 신설했다. 우선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용어 선택이 신선했다. 하지만 특위 활동 방향을 들여다보니 금산분리를 비롯한 경제민주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용어와 내용의 괴리가 거슬린다. 행복을 정치적 도구로 삼으려는 것인지 의문이다. 게다가 벌써부터 재계가 반발하고 나서 행복을 향한 행로도 순탄치않을 것 같다.
이해준 선임기자/hj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