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아이 납치해 성폭행한 짐승도 ‘이웃’
성범죄에 대한 단호한 처벌 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번엔 집에서 잠자던 초등생 1학년 여자 어린이가 이웃에게 납치돼 성폭행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30일 새벽 나주에서 벌어졌다. A 양은 초등생인 언니, 오빠 그리고 동생과 함께 거실에서 잠을 자던 중 이불에 싸인 채 납치됐고, 그 시간 부모 역시 집에서 자고 있었다고 한다. 무슨 도깨비 수작 같은, 엽기 공포영화거리 이상의 일이 우리 눈앞에 버젓이 일어나고 말았다.
납치당하던 중 살려달라고 애원했던 A 양은 결국 태풍으로 인한 악천후 속에 참혹하게 유린당했고, 장대비에 젖은 차가운 이불 속에서 혼절한 채 신고접수 6시간여 만에 집 근처 영산강 주변에서 발견됐다. 충격적이게도 체포된 용의자는 또 ‘이웃’이었다. 20대 용의자는 A 양의 엄마와 평소 집 근처 PC방에서 만나 아는 사이로, 사건 몇 시간 전에도 A 양의 안부를 물었다는 것이다. 새벽까지 PC방을 드나들고 문단속까지 소홀히 하는 등 엄마의 일탈이 결국 ‘악마’를 부른 꼴이다.
이처럼 성범죄는 점점 더 잔혹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피해자는 물론 그 가족이 감내해야 할 후유증과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러니 웬만한 절도는 그저 액땜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추악한 손길이 집 앞은 물론 계단이나 집안까지 대담하게 파고든다는 점이다. 범죄자도 안면이 있는 이들이 늘고 있다. 누나의 집에 얹혀살아 온 전과 13범 30대 남성이 초등생 조카를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역시 30일 구속된 사건에서 보듯 이제는 코앞과 턱밑도 믿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점을 감안, 여성가족부가 아동 성폭행의 3가지 오해를 소재로 담은 동영상 자료를 엊그제 공개했다. ‘위험한 10분’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성범죄는 방과 후 귀가시간 10분이 사각지대라는 것이다. 우선 낯설고 으슥한 곳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첫 번째 오해다. 아동 성범죄의 41%가 집 근처에서 일어났다. 두 번째가 여자 아이만 성폭행 당한다고 믿지만 그게 아니다. 전체 피해자 중 8% 가까이가 남자 아이다. 세 번째가 잘 모르는 사람이 해코지하는 줄 알지만 가해자의 27.4%가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이 자료는 누구나 여성가족부 홈페이지(www.mogef.go.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참신한 내용에 비해 홍보가 너무 소극적이다. 때가 때인지라 성범죄 예방교육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더 실감나게 소리 내 펼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분노를 가라앉히는 데까지 돈과 시간에 인색한 정부는 정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