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단순한 발상이 아니고 신의 계시였다. 그의 두개골을 한 번 본 순간 돌연 모든 범죄문제가 다 밝혀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19세기 이탈리아 법의학자인 롬브로조는 한 강도의 사체를 해부 할 때의 ‘감명’을 밝혔다. 롬브로조의 명저 ‘범죄인론’이 탄생한 순간이기도 하다. 그는 범죄인들은 일반인과 다른 신체적인 특징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여기엔 두개골과 얼굴모습이 뇌에 영향을 주고, 사람의 성격 기질을 결정한다는 골상학도 한 몫했다.
지금 보면 황당하지만 뾰족하게 생긴 두 개골, 튀어나온 광대뼈, 대머리, 긴 팔, 심지어 왼손잡이도 범죄형으로 분류했다. 그는 범죄인중에 생래적 범죄인의 비율이 65~70%에 달하는 주장까지 펼쳤다. 생래적 범죄인이 아닌 범죄인에 대해서는 관대한 처분을 해도 되지만 생래적 범죄인에 대해서는 결함을 치료하고 치료가 불가능할 경우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이른다.
생래적 범죄인설은 지금은 부정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한동안 범죄인을 설명하는 주류이론이었다. 이후 생래적 범죄인설은 부정되고 심리적 환경적 사회적 요인으로 ‘범죄인의 탄생’을 분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람의 얼굴을 하고...’란 탄식이 들 정도로 인면수심의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나주 성폭행범‘ 고종석이 “피해 어린이가 내 얼굴을 알게 돼 죽이려고 했다”라는 대목에선 말을 잃을 수 밖에 없다.냉정하게 보면 그의 범죄는 생래적이기보단 가정과 사회적 환경의 영향이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차라리 ‘범죄형’을 누구나 알아 볼 수 있어 격리나 예방을 통해 이같은 범죄를 막을 수는 없을까란 19세기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만드는 요즘이다.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