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원장 신비주의 화법에 들썩
“대통령이 목표가 아니다” 발언
사실상 야권과 후보단일화 거절
민주당 차라리 제살길 도모해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다시 한 번 온 나라를 휘저어 놓았다. 안 원장이 최근 충남 홍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통령이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목표가 대통령이 아니며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식으로든 일조하고 싶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런 말들을 두고 정치권은 안 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 아니냐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이런 소동을 보며 정말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안 원장의 한 마디를 놓고 갖가지 해석을 하며 야단을 떨어야 하는 우리 처지가 서글프기 때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안 원장의 말을 해석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다. 정치인은 되도록 정확하게 말해서 오해의 소지를 줄여야 한다.
그런데 안 원장의 화법은 모호한 데다 기자나 언론인이 직접 듣고 보도하는 경우보다는 지금처럼 참석자의 입을 통해서, 혹은 안 원장 측의 보도자료를 통해서 전해지다 보니 설이 더욱 분분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정치인은 사전에 자신의 일정을 공개해 기자들이 동행할 수 있지만 안 원장은 사후 취재만 가능하니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인데, 오해의 소지를 떠나 비밀주의 혹은 신비주의라는 비난까지 자초하는 셈이다. 안 원장의 이런 행보는 권위주의적으로 비쳐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현재 그의 정치적 비중을 놓고 볼 때 그의 말을 해석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가 “대통령이 목표가 아니다”라는 말한 이유에 대한 내 자신의 해석은 이렇다. 대통령이 목표가 아니라는 말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민의를 수용하는가가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즉, 민주통합당이 후보 단일화에 매달리는 것은 단순한 정치공학적 접근일 뿐 진정한 민의와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의 후보 단일화 논의를 거절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안 원장의 이런 반응은 사실 지지율에서 민주당 후보를 압도할 때부터 미리 예측할 수 있었다. 안 원장 입장에선 민주당의 후보 단일화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 단일화 문제로 애가 타는 측은 민주당이다. 당내 경선은 흥행이 되고 안 되고를 넘어서 온갖 잡음이 난무하고 있는 데다 과거 등장했던 ‘이해찬-박지원-문재인’의 담합 의혹도 계속 민주당을 괴롭히고 있다. 설사 누가 대선후보로 선택되든 본선 경쟁력이 상당히 위축되고, 그러니까 안 원장과의 후보 단일화를 계속 주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안 원장 입장은 느긋하다.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시끄러워질수록 민주당 지지자들 중 상당수가 자신에 대한 지지로 돌아설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비문(非文)주자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안철수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더욱 높다. 그리고 새누리당에서 불거졌던 돈공천 파문,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 논쟁은 비(非) 혹은 반(反) 새누리당 성향의 보수층마저 자신 쪽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 마디로 안 원장은 가만히만 있어도 양쪽 지지층이 서서히 자신에게 몰리는 상황이다. 안 원장은 잘만 하면 다자구도에서도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마저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안 원장은 민주당이 요구하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흥미가 없어 보인다.
여기에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하거나, 민주당 입당 등 어떤 식으로든 민주당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으면 기성 정치권과의 차별성이 훼손돼 지지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자신에 대한 지지 이유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기성 정치권과의 차별성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 전제한다면 민주당의 단일화 주장은 정말 주관적 희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제 민주당은 부질없는 희망은 버리고 앞으로 살아남을 궁리를 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일 것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