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경제는 2.0% 성장에 머무는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한 2009년(0.3%) 말고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다. 지난 4/4분기 증가율이 0.4%에 그치며 7분기 연속 0%대 성장이라는 진기록을 세웠으니 그럴 만하다. 미국과 유럽 등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국내 경기 회복도 늦어져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하지만 결과는 생각보다 참담하다.
다소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올해 사정도 좋은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 성장 전망치는 2.8%다. 크게 늘어난 기업 설비투자가 성장을 견인하고 세계 경제도 최악의 상황에서 한 발짝 벗어났다는 분석이 그 근거다. 이를 두고 한은 관계자가 “지난해 우리 경제가 안개 속에서 비포장도로를 달렸다면 이제는 안개가 걷혀 돌부리, 웅덩이도 비켜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기회복의 긍정적 신호가 보인다”고 조심스레 진단했다. 적어도 치고 올라갈 여건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돌부리와 웅덩이를 비켜가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원화 초강세가 큰 부담이다. 미국과 일본이 자국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돈을 마구 풀어대는 유례없는 환율전쟁 탓이다. 그 바람에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기업의 수출 채산성이 떨어지면 당초 예정했던 투자 계획도 틀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경제 평균 성장률 전망을 소폭 하향했다. 한은이 IMF 전망치를 참고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추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면 일자리는 줄어들고 서민들의 고통은 더 커진다. 통상 성장률이 1% 떨어지면 양질의 일자리 6만개가 함께 날아간다고 한다. 성장이 뒷받침돼야 복지정책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면 박근혜 정부의 앞 길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성장에 맞춰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더 늘릴 여력이 있는지, 금리 추가 인하 여지는 없는지 등을 한 번 더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개발하고 고부가 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 구조 고도화 전략도 절실하다. 그렇지 않아도 고령화ㆍ저출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위협받고 있다. 자칫 방심하면 우리 경제는 눈 깜박할 새 나락으로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