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자신의 임기 첫 총리로 지명했다. 법치와 원칙, 그리고 사회적 약자보호에 적임자로 평가했다. 박 당선인의 판단과 선택을 존중하는 바다. 김 총리 후보의 인생역정은 감동적이고 또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라 할 만하기에 박 당선인의 국정철학에 부합하며 일로매진해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 총리 후보자는 우선 우리 사회에 흔들리고 뒤틀린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하고, 날로 흉포화해지는 각종 범죄로 인한 국민적 불안을 해소해야 할 책무를 안았다. 김 총리 후보자가 박 당선인이 내세운 ‘국민행복시대’ 구현에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의가 없다. 사실 시대의 어른으로서 사회적으로 귀감이 될 만한 인물이 그리 흔하지 않은 것은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할 일이다.
물론 다수 국민의 입장에선 아쉬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 책임총리가 줄곧 제기돼 온 데다 안팎의 도전과 과제가 만만치 않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책임총리라는 것에 얽매일 하등의 이유는 없다. 법이 정한 대로 장관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안이라는 두 가지만 제대로 부여받고 행사하면 될 일이다. 김 총리 후보자도 “헌법에 따라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한 대통령의 명을 받아 부처를 통할하는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구체적인 수행과제로 민생, 약속, 대통합 세 가지를 꼽았다.
총리가 경제ㆍ외교ㆍ국방에다 사회치안까지 맡기란 불가능하다. 국정은 다양한 분야별 기능의 복합체다. 맡은 바 영역에서 전문가들이 집결된 역량을 쏟아 내는 것이 곧 사회 조직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 구성원들이 최선을 다해 맡은 바 소임을 여하히 해내느냐다. 공직은 더할 나위가 없다. 고위직에 오른 뒤 사리사욕에 눈먼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정권 차원의 위신과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던 사례는 숱했다. 우리는 이런 추함을 현 정부의 끝자락에서 또 목도하고 있다.
차제에 책임총리나 실세총리보다 국정 분야별 책임제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총리는 큰 틀에서 국정의 균형추이자 추동체로서 자리 잡고, 경제는 경제부총리가, 안보는 국가안보실장이, 인사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책임지고 맡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난제가 숱한 내치에도, 글로벌 경기침체와 국가이기주의가 노골화하는 변화무쌍한 외치에도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 또 활기 넘치는 국정으로 우리 사회에 희망을 더 키워 갈 수 있게 된다면 금상첨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