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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비정규직 해소 모범 보인 한화의 용단
한화그룹이 비정규직 2043명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키로 했다. 호텔과 리조트의 서비스 인력을 포함해 백화점 판매사원, 직영시설 관리를 맡고 있는 계약직 사원 등이 그 대상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화합을 위해서도 훈훈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정규직 전환으로 한화가 매년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용단을 내린 것은 대기업 차원에서의 고통 분담과 상생 노력으로 평가할 만하다.

한화그룹은 앞으로도 상시적으로 이어지는 업무는 가급적 계약직보다는 정규직 채용을 늘리기로 했다고 한다. 기업의 비정규직 해소 노력과 관련된 보기 드문 사례다. 한화는 지난해에도 대폭적인 고졸 신입사원 공채 방침을 발표, 고졸채용 바람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중요하다”는 김승연 회장의 경영지침에 따라 이뤄진 조치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값지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비정규직 문제가 커다란 골칫거리였다. 걸핏하면 이로 인해 노사 간 마찰이 빚어지기 일쑤였다. 비슷한 업무를 하면서도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의 신분 차이에 따라 월급 체계와 인사 처우의 차별은 하늘과 땅이었기 때문이다. 복리후생과 정년 보장, 승진 기회에 있어 불이익을 받으면서도 하소연하기 어려웠던 게 비정규직의 서러움이다. 설날이나 추석 등의 명절을 앞두고 지급되는 특별 보너스에서도 차별은 마찬가지다.

최근 사회적으로 경제민주화 논의가 진행되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중요 의제의 하나로 제기되는 것이 그런 까닭이다. 경제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시대적인 요청이기도 하다. 재벌기업 계열의 동네 빵집을 철수시키고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할인매장에 대해 정기휴무토록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청업체에 대해 일방적인 불이익을 강요하거나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나쁜 관행도 경제정의 차원에서 단속하는 것이 마땅하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도 일부 기업의 비정규직 및 정리해고 문제가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현대자동차가 울산공장의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조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으며, 쌍용자동차도 정리해고자 복직 문제에 부딪쳐 있다. 원만한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가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종업원들의 고용안정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에서 그 실마리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한화그룹의 이번 결단이 그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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