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진출기업은 12억 인구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구는 12억이지만 필요한 인력은 아직 부족하다. 자체 인력을 육성하고 인사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자율성, 주도성, 책임감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인도는 인구 대국이다. 12억1000만명의 인구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더구나 15~64세 사이의 경제활동 가능인구는 약 8억명에 달한다. 2027년에는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총 인구도 2030년에는 14억8000만명으로 세계 1위가 될 전망이다. 또한 평균연령이 28세에 불과한 젊은 나라이기 때문에 향후 전 세계에 인력을 공급하는 글로벌 인력공급기지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쯤 되면 인도에서 비즈니스를 하기에 인력 확보는 큰 어려움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방대한 인구를 감안했을 때 각 분야에 우수한 인력들이 도처에 풍부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인도 진출기업들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KIEP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진출기업의 주요 애로사항 중 ‘숙련공 구인난’을 지적한 경우가 전체 제조업투자기업의 29.2%를 차지했으며, 비제조업 진출기업 중 22.9%가 ‘전문직ㆍ기술직 구인난’을 호소하였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먼저, 높은 문맹률과 낮은 교육수준을 꼽을 수 있다. 인도의 고등학교 취학률은 12.4%로 세계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15세 이상 문맹인구의 비중은 2006년 기준 37%, 2011년 기준 25.9%에 이른다. 5학년 학생의 70%가 뺄셈을 하지 못할 정도다. 이처럼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많지 않고 졸업자라 하더라도 교육수준이 낮기 때문에 방대한 젊은 인구가 산업인력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고급인력 배출 현황은 어떨까? 인도는 IIT 등 세계적인 대학을 보유하고 있고 전체 단과대학 수는 3만6000여개에 달한다. 학부모들의 교육열도 한국 못지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 인도에서 배출하는 고급인력의 수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인도 내 대학생 수는 약 2000만명이며, 인도 인구 중 대학교육 이상 이수자의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인도 대학은 의대 및 공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3년제이며, 초등학교가 5년제임을 감안할 때 대학교 졸업생의 나이는 19~20세 정도다. 한국 대학생에 비해 훨씬 어리고 지식이나 경험도 적다. 때문에 인도 진출기업에선 인도 대학교 졸업생들을 한국의 고등학교 졸업자 수준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원, 특히 MBA학위 정도가 있어야 한국의 대졸자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인력 및 고급인력의 부족은 자연스레 구인난으로 이어진다. 경기침체기임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상승률이 매년 20%에 달하는 기업들도 수두룩하다. 인도 인력은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이직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핵심인력을 뺏기지 않으려면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임금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
인도 진출기업은 12억 인구의 환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인구는 12억이지만 필요한 인력은 아직 부족하다. 사내 교육시스템을 다양하게 운영하여 자체 인력을 육성하고 인사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인도 인력들의 자율성, 주도성, 책임감 그리고 주인의식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