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한파에 청·장년 고용불안
열린일자리 확산·임금피크제등
따뜻한 고용노동행정 실천
일자리 넘치는 새정부 됐으면…
올겨울 추위가 유난히 매섭다. 수십년 만에 찾아온 한파와 곳곳의 빙판길은 사람들의 마음마저 움츠러들게 한다. 이럴 때면 온 가족이 따뜻한 아랫목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타닥타닥 튀는 아궁이 불에서 구운 고구마는 또 얼마나 맛있었던가. 생각만으로도 그때의 온기로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우리 노동 시장에도 이러한 온기가 절실한 분들이 많다.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열심히 일하지만 가계의 살림은 나아지지 않아서 몸도 마음도 추운 분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보자. 지금 우리 청년들은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진 세대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높은 취업의 벽 앞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우리 경제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장년(長年)들도 은퇴를 앞두고 더 오래 일하고 싶어한다. 일각에서는 청년과 장년 공히 일자리를 원하지만 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일컬어 ‘부모와 자식 세대 간의 일자리 경쟁’이라고도 한다.
일자리를 찾는 분들에게 절실한 것은 역시 일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온기다. 정부는 학력이 아닌 실력 중심의 ‘열린 고용’ 확산, 지역 강소기업 일자리 발굴 등 청년들의 일할 기회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년층을 위해서도 지금의 직장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임금피크제를 적극 지원하고, 퇴직 후 재취업을 지원하는 고용ㆍ훈련 서비스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고용 불안과 차별을 감내하며 힘겹게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또 어떤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비정규직을 남용하는 사업주와 비정규직을 배려하지 않는 일부 정규직 노조 사이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하루하루는 너무나도 고달프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일한 만큼 정당하게 대우받는 것이다. 기업은 비정규직이 하는 일에 상응하는 합당한 대우를 해주고 정규직 노조는 단결과 연대의 정신으로 비정규직을 포용해야 한다. 정부도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기반으로 근로감독관에게 차별 시정 지도권을 부여하고 불법 파견이 확인되면 즉시 직접 고용토록 하고 있다. 6월부터는 대기업이 비정규직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고용형태도 공시하게 할 예정이다.
일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서 공들여 키운 인력을 임금을 더 주면서 데려가는 현실도 문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려면 상생의 인력 양성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자기 회사 근로자뿐만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 근로자의 능력 향상을 함께 일구는 기업대학 설립을 적극 지원하고, 직업 훈련 분야에서 대ㆍ중소기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가이드라인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이처럼 지난 5년간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고 일하는 사람 간의 격차를 줄여 보다 많은 국민이 일자리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노동 시장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OECD 기준 고용률은 64.2%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률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상용직의 비중은 2008년 55.6%에서 2012년 62.7%로 늘어난 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과 L자형 저성장 등으로 인한 일자리 문제, 국민이 체감하는 격차와 삶의 질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비록 우리가 경제위기를 순조롭게 극복해냈다지만,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
얼마 후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의 핵심 정책인 ‘일자리 늘ㆍ지ㆍ오’에도 이런 과제들을 풀기 위한 고민이 담겨 있다.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 일하고 있는 근로자,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을 아우르는 따뜻한 고용노동 행정으로 ‘따뜻한 일터, 함께하는 일자리’가 넘쳐나길 기대해본다. 혹한의 추위에서 온기를 나누기 위해 서로 보듬어주는 남극의 황제펭귄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