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가 정부조직개편을 놓고 부처 간 생존게임 현장으로 돌변하고 있다. 부처 간 이해관계가 민감하게 얽힌 사안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 물론 각론에서 토론을 거쳐 합당한 모형을 도출하는 것은 얼마든지 권장할 일이다. 문제는 이런 모습이 국민의 편익과 국가이익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조직을 사수하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방어본능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외교통상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 갈등이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이 “통상교섭권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행사하는 것은 헌법의 골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정면반발하자,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대통령이 가진 통상교섭체결권을 외교부 장관이 갖는 권한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에 대한 침해이자 궤변”이라고 맞받아쳤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번번이 이런 추태가 빚어진 것을 국민들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데는 국회 해당 상임위가 협의조정이라는 본연보다는 민원에 귀를 더 연 탓이 크다. 새 정부조직은 정부의 기본 틀로 향후 5년 동안 새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물론 대선공약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국가 동력원이나 다름없다. 이번 조직개편에서는 특히 미래창조과학부가 거대조직화하면서 부처 간 업무정비 폭도 커지는 등 논란거리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비롯해 농림부의 식품 분야,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위상변화를 놓고 이미 논쟁이 가열된 상태다. 꼭 필요한 것만 가감하되 무엇보다 국회가 앞장서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불식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오는 14일로 잡힌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차질이 없어야 할 것이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주요 인선이 늦어지는 등 새 정부 출범 일정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지지나 않을는지 우려가 크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가 해내야 할 몫이지만 국회가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인수위 역시 이에 부응하는 자세를 보여야 국민들이 안심한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당선인과 인수위 눈치나 보는 듯 무기력한 태도를 보이기보다 국정 주도세력으로서 지혜를 짜내 견인차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함은 물론이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기정사실화하는 등 핵문제가 거대한 북풍으로 다가오고 있다. 순조로운 정권 출범과 동시에 당당한 자세로 요동치는 국제정세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지금 국회에서 소소한 다툼이나 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