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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소득불평등과 경제민주화
최근 집중 보도된 독거노인의 고단한 삶은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빈곤과 소득불평등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워준다. 시대적 화두가 된 경제민주화 문제도 결국 어떻게 경제 양극화를 최소화하고 기회의 균등을 촉진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대표적인 소득불평등 지수인 지니계수를 통해 우리나라 소득불평등 추이를 살펴보면 92년 0.245를 정점으로 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악화되었다가 2011년 0.311로 근래 다소 나아지는 양상을 보여준다. 소득 5분위 비율 역시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 수준은 대략 중간이지만, 상대빈곤율은 조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조세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상위 소득 1% 계층이 전체 소득의 16.6%를 차지하고 있다. OECD 주요국의 평균치는 9.7%이고 우리보다 비율이 높은 나라는 미국(17.7%)으로 조사되고 있다.

소위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나 시장론자는 소득불평등 문제는 시장원리에 따른 당연한 경제적 귀결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글로벌화, 무역자유화, 기술혁신, 경쟁 촉진 등으로 경제적 성과의 차이는 불가피한 경제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힘이라는 것도 결국 사회 시스템의 산물이며, 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내용과 성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여러 나라의 경험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다. 이는 결국 성장과 분배를 어떻게 선순환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로 직결된다. 소득불평등 완화는 중산층의 소비 및 경제활력을 촉진하여 건전한 경제성장의 촉매제가 되며 정치발전과 민주주의의 든든한 토대가 된다. 2011년 국제통화기금의 엔드류 버그와 조너선 오스트리의 연구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소득분배 개선과는 밀접한 상관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성장과 불균형 완화 정책은 상호보완적이며 소득분배가 잘 된 나라에서 보다 지속적 경제성장 패턴이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벤저민 프리드먼 하버드대 교수도 경제성장이 촉진되고 분배가 개선될 때 사회구성원들이 누진소득세제 등 각종 사회개혁조치 등에 보다 너그럽고 포용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소위 부자감세가 낙수효과(落水效果)를 가져와 성장의 과실이 중산층과 저소득층에게 골고루 확산된다는 주장은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이 설득력을 잃고 있는 셈이다.

소득분배 개선이 중산층과 중소기업 보호육성을 통한 고용창출자(job creators)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득분배 개선→소비증가, 투자 촉진→총수요 증가→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수 있다. 미국이 중산층 감세,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시스템 강화를 통해 건실한 중산층 육성을 유도한 것이 전후 미국의 번영과 사회적 안정을 가져왔음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중소기업이 공정한 경쟁질서와 경영환경 하에서 창조와 혁신을 통해 중견기업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기업생태계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중소기업이 성장의 엔진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각종 성장제약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특히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창출 기회를 확대하고, 노인 빈곤 문제 해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소득분배 개선은 건전한 사회발전과 성숙된 민주주의 구현에 중요한 물적 토대를 제공한다. 과도한 경제양극화와 빈부격차는 사회 분열과 하나의 국가로서의 자기정체성을 삼각하게 훼손한다. 또한 사회를 ‘1인 1표’가 아니라 ‘1원 1표’ 사회로 변질시킨다. 분배 문제는 ‘분열과 대립’이냐 ‘통합과 포용’이냐는 사회정체성의 중요한 바로미터가 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위대한 국가는 사회취약층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천명한 것도 이러한 취지이다. 사회의 분배상태가 개선될 때 시샘의 정치가 상생의 정치로 업그레이드된다. 위대한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의 말처럼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빈곤과 소득불평등 문제를 직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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