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3명이 7일 북한 핵문제를 놓고 긴급하게 머리를 맞댄 것은 그 사실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박 당선인의 제안을 문 비대위원장이 즉각 수용한 것부터 모양새가 좋았다. 대선 이후 박 당선인과 야당 지도자 간의 첫 만남인 것도 의미가 크다. 정치권이 경기침체로 기력 잃은 대다수 국민에게 오랜만에 큰 위안을 안긴 셈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비웃 듯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3차 핵실험 으름장을 놓으며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등 실로 긴박한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핵실험은 국지 도발을 넘어 한반도는 물론 세계 평화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최고 수준의 핵도발이란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대응이 요구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더 일찍 만나 대책을 내놓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보다 분명해고 있는 것은 안보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 일 수 없다는 점이다. 국가안위와 국민안전을 위해 여야가 힘을 합치는 것이야말로 정치가 해야 할 의무이자 본질이다. 이번처럼 국가적 긴급현안에는 과감하게 진영논리를 접고 지체 없이 만나 진지하게 국정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곧 국민을 위한 정치다. 북한 권부의 핵 망동에 대해 엄중 경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보태세 등 후속조치에도 힘을 합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민주당의 안보행보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당 지도부가 청주 공군기지를 방문했고, 비대위가 연평도를 찾아 북한 도발행위를 단호히 반대하고 한반도평화안보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선패배 원인 중 하나인 안보 불안당(黨)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이런 민주당의 노력에 많은 국민들이 놀라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진성성과 지속가능성이다. 나아가 종북 세력과의 차별화도 말로만 외쳐서는 곤란하다. 대다수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보다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할 것이다.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춘 야당다운 야당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대통령과 정부도 더 분발하게 된다. 견제와 협력이 동시에 공고해지면 북 핵 그 이상의 난제라도 해결 못해낼 것이 없다. 차제에 박 당선인이 제안한 국가지도자연석회의도 성사시켜 난국해소에 더 적극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글로벌 경제위기가 장기화하면서 국민들의 삶에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당장 필요한 것은 이런 아픔을 보듬고 희망을 불어넣는 감동의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