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협회 회장 이경호>
병원 의약품 입찰에서 1원 등 초저가 낙찰을 근절하려는 한국제약협회의 노력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해당한다며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고발 등의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공정위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1원 낙찰은 의약품 유통질서의 확립에 바람직하지 않은 거래 관행임을 분명히 했다. 또 구입가 미만판매 등 법령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제재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부처 간에도 이견이 있는 사안이다. 우리 협회는 의약품의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려면 1원 등 초저가 낙찰은 근절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왜 문제인지 알아보고 이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
현재 국공립병원은 공개경쟁입찰(최저가낙찰제)을 통해 의약품을 구매하고 있는데, 최근 1원 등 초저가 낙찰 사례가 크게 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첫째 입찰가격이 1원으로 고정됨으로써 실질적인 가격경쟁이 소멸되고 있다. 품질, 계약 이행능력 등과 무관하게 추첨을 통해 원내 공급제품이 결정되고 있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둘째 계약 이행능력과 무관하게 납품 도매업소가 결정됐기 때문에 의약품 조달이 어려워지고, 계약 불이행 사태 등이 발생할 우려가 상존한다. 이 때문에 가장 우선돼야 할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셋째 사실상 무상공급에 가까운 1원 낙찰로 유통마진을 취할 수 없게 된 도매업소는 이를 보전하고자 제약사에 병원 공급물량 보다 많은 양을 요구하고 이를 간접 유통시킨다. 의약품 유통질서가 혼탁해지는 원인이다.
이런 문제점과 관련해 국회에서도 “1원 낙찰은 처방약제 리스트에 등재되기 위한 리베이트 성격이 강하다. 공공성을 준수해야 하는 대학병원에서 1원 낙찰 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고 해결책을 모색토록 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대통령 주재 제132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1원 등 초저가 낙찰을 불공정 관행으로 보고 근절하겠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1원 등 초저가 낙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 우선 병원 약제위원회에서 동일성분의 A, B, C 품목을 선정했을 경우 외래처방리스트에도 3품목 모두를 등재하는 ‘원외 처방약제 리스트의 복수화’이다. 이렇게 되면 원외시장 확보를 위한 무분별한 초저가 투찰이 줄어들고, 약제위원회에 등재시키기 위한 제약기업 간 품질경쟁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다.
또 의약품 구입계약을 체결할 때 해당제품의 가격은 물론 납품업자의 계약 이행능력, 대외적 신인도 등을 함께 고려하는 적격심사제가 도입돼야 한다. 이 경우 1원 등 비정상적인 낙찰 관행이 개선되고 의약품 공급차질이 발생할 우려도 줄어들게 된다. 건설공사에서 1원 낙찰의 폐해인 입찰비리, 부실공사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적격심사제를 도입한 것은 좋은 예다.
이어 병원 홈페이지에 의약품별 실질 발주량을 공개, 낙찰 도매업소와 제약회사 간 거래에서 나타나는 입찰물량의 왜곡을 차단해야 한다. 발주량 공개는 의약품 유통의 투명성을 높이고 초저가 낙찰도 막을 수 있다.
제약협회는 앞으로도 공정위가 규정한 사업자단체 활동지침은 지키면서, 불공정 거래행위와 리베이트의 온상이 되는 1원 등 초저가 낙찰을 근절하기 위한 자정활동과 제도개선은 지속 추진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