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7일 국회개헌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고 공식 제안하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 권한 분산을 위한 감사원 국회 이관 등을 논의하자고 했다. 하지만 일단 물꼬가 트이면 권력구조 개편 등 전방위에 걸친 논의가 불가피하다. 새누리당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긍정적 입장이어서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크다.
개헌을 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지난 1987년 6월 항쟁의 산물인 현행 헌법은 사실상 그 소임을 다했다고 봐야 한다. 독재 권력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서는 비록 5년 단임 직선제라는 어정쩡한 형태지만 서둘러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박근혜 당선인까지 모두 6명의 대통령을 대과 없이 배출하며 민주화를 완성했다. 하지만 권력이 집중되고 책임정치 부재 등 한계도 함께 드러났다. 정권마다 어김없이 터져나오는 권력 주변의 비리도 이 같은 제도적 문제와 무관치 않다. 이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국정운영의 틀을 새로 짤 때가 됐다.
개헌은 새 정부 출범 초기에 공론화하고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사안 자체가 워낙 폭발력이 강해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차기 정권을 겨냥한 정파 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동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임기 말에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이 제기됐지만 무산된 것도 이런 까닭이다.
박 당선인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힘이 있는 집권 초기에는 추진해야 할 정책적 과제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본격 개헌정국에 들어서면 이런 구상이 묻히게 돼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시대적 과제인 만큼 동력을 잃지 않도록 최대한 협력해야 한다. 박 당선인 자신도 지난 대선에서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개헌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무작정 서두른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동안 수차례 개헌논의가 있었지만 결실을 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선인을 포함한 정치권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진정성이 뒤따라야 한다. 헌법 개정은 대통령의 권력 구조 개편만 의미하지 않는다. 달라진 사회 환경과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통일에도 대비해야 하는 등 그야말로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국민적 여론과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구체적인 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당리당략을 떠나 미래를 생각하는 생산적 개헌 논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