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1100만 시대
한국역사 왜곡에 쇼핑 강매까지
가이드의 질이 관광한국의 질
양적 팽창보다 인적자원 지원을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10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는 더 늘어 1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한류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행사, 국내 기업의 글로벌화 및 다양한 관광 마케팅 등 여러가지 요소들의 시너지 효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런 양적 팽창 뒤에 가려진 각종 한국관광의 현안을 해결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에는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최근 들어 정부와 지자체들이 관광 호텔 건립 등 인프라 구축은 진전을 보이고 있으나, 관광산업 분야의 인적자원 육성은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다.
특히 가이드(관광통역안내사)의 경우 그동안 많은 문제들이 지적돼 왔다. 특히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의 증가로 중국어권을 중심으로 무자격 가이드들이 한국 역사를 왜곡하고, 쇼핑을 강매하는 사례들이 눈에 띈다. 최근 언론매체 및 한국관광 불편신고 현황을 보면 일부 조선족 및 화교 출신의 중국어 무자격 가이드들이 ‘지하철 1호선은 중국이 파준 땅굴이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화장실에서 만든 글자다’ 등의 어처구니없는 해설을 하고 있으며, 가이드가 DMZ 옵션투어를 하지 않는 여행객들을 영하의 날씨에 인적도 없고 상점도 없는 교외지역에 버려두고 3시간여를 기다리게 하는 황당한 경우마저 발생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일이고, 이 시간에도 한국을 찾은 손님들에게 유쾌함과 만족감을 선사하기 위해 애쓰는 가이드들의 사기를 사정 없이 꺾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제도의 문제에 기인하는 바 크기 때문이다.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제도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고, 양질의 교육을 통한 역량 강화를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행업계에서는 실제 현업에서 활동하는 가이드를 30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 중 유자격 가이드는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이렇게 ‘추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이드들이 자격증을 발급 받은 이후엔 이들에 대한 경력 파악이나 교육 관리를 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987년부터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갱신 제도가 시행되었지만, 1994년부터 행정규제 철폐라는 정부 방침의 일환으로 갱신제 및 보수교육 이수 의무가 관광진흥법에서 삭제된 것이다. 현 제도하에서는 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주관하는 가이드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한국관광공사에 등록하여 자격증 발급을 받은 후에는 자격증 갱신 또는 보수교육의 의무가 전혀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역량 개발에 관심이 있는 가이드들만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에서 주관하는 가이드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는 것이다.
또한 가이드들은 대부분 프리랜서로 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현행 법제도상으로는 가이드들의 현업 활동실태 파악이나 교육 유도, 어권별 수급에 대한 대응을 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1~3년 시한으로 가이드 자격증 유효기간을 설정해 두고, 갱신을 위한 보수교육 이수를 의무화하고 있는 싱가포르, 홍콩, 영국, 호주 등 경쟁국들의 사례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가이드는 중요한 인적자원이다. 가이드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국에 대한 인상이 달라지고, 더 나아가 재방문 수요까지 창출할 수 있는, 국가 관광경쟁력과 직결되는 존재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서비스는 제대로 된 인력관리 제도에서 나오는 법이고, 아직도 미진한 현 관광산업 환경에서는 공공 차원에서의 인력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새 정부가 곧 출범한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전부터 관광산업의 체질 개선과 함께, 가이드와 투어컨덕터 등 관광종사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도 약속한 바 있다. 정부와 지자체, 유관기관이 지혜를 모아 품격 있고 성숙한 관광안내 서비스를 제공하여 세계인 모두가 다시 찾고 싶은 아름다운 관광 한국을 만들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