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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디지털 기억
“어떤 기억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까?” “화성이요.”

“화성 기본 패키지는 899 크레디트가 필요하군요, 2주 동안 입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기억이죠. 긴 여행은 더 비쌉니다. 더 깊숙이 기억을 넣어야 하니까요.” “근데 얼마나 진짜 같은가요?” “지금 당신의 머리속에 있는 또 다른 기억들과 똑같다고 보면 됩니다.”

1990년 폴 버호벤 감독이 만든 영화 ‘토탈 리콜’의 주인공 더그 퀘이드는 밤마다 꿈에 찾아오는 어떤 기억때문에 괴로워하며 기억을 파는 리콜사를 찾아간다. 그는 희미한 화성에 관한 기억 중 어떤 실마리라도 얻을 수 있을까 답답한 심정이지만 리콜사가 파는 것은 프로그램화된 가짜 기억이다. 프로그램을 뇌에 이식하면 뇌는 진짜 기억과 가짜 기억을 구별해 내지 못한다.

여기서 한 단계 진화한 영화가 2004년에 나온 ‘파이널 컷’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부모들은 뇌에 메모리 칩을 이식한다. 아이가 자라 죽을 때까지 이 칩에는 생애 보고 듣고 말한 모든 것이 담긴다.

마이크로 소프트 수석연구원 고든 벨에 따르면, 조만간 셔츠의 단추나 안경 프레임에 극소형 카메라와 마이크, 위치 추적기 같은 걸 달아 일상을 자동 기록하는 게 가능해질 전망이다. 스마트폰으로 생활의 디테일을 기록하기 시작한 요즘의 디지털 라이프는 완전 기억, 토탈 리콜로 가는 여정의 중반쯤 온 것처럼 보인다. 1990년대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낸 PC통신 나우누리가 최근 서비스 이용 종료를 선언하자, 커뮤니티를 운영해 온 회원이 폐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에겐 삶을 기록하고 추억을 공유해 온 집이 사라지는 거나 다름없는 일일 터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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