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의 광고마케팅 전문가인 패트릭 핸런(Patrick Hanlon)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김치와 북한과 대치해 있는 국가”로 국한되어 있다는 지적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국제적으로 자랑거리가 많아진 우리에게는 속상할 일이지만,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필자가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만난 많은 유럽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하여 무지하거나 알고 있더라도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긍정적 이미지가 북한발 어두운 뉴스에 가려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한국에 주재하는 여러 유럽국가 대사들도 자국민에게 한국의 진면목을 널리 알릴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국가이미지 문제는 우리만 안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특히 많은 중소국가들이 낮은 인지도 극복과 부정적 이미지 해소를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주요 세계 언론매체들의 보도 경향, 즉 정치, 경제적으로 힘이 있는 국가 위주로 보도하고 중소국가에 대하여는 사건사고 위주의 부정적 뉴스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는 경향으로 인해 중소 국가들은 좋은 대외 이미지 창출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소기의 외교목표 달성을 위해 자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공공외교는 각국의 중요한 외교적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공공외교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오바마 1기 행정부 출범당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제창한 스마트파워 외교의 중심에 공공외교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다음으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중국도 공자학원과 개발원조를 앞세워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중국 위협론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캐나다, 노르웨이와 같은 중견국가들은 정부와 민간의 효율적인 협업으로 인류보편적가치 수호국이란 이미지를 구축한 공공외교의 성공 사례이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외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한류문화의 인기 급상승으로 정부의 공공외교 추진도 탄력을 받고 있다. K 팝 가수, 영화예술인 등 우리 한류스타들이 공공외교의 큰 자산이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공공외교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문화ㆍ예술 분야만이 아닌 다양하고 광범위한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공공외교에서는 국민 대 국민 외교가 중요한 만큼, 정부는 민간과 힘을 합쳐 문화는 물론 의식, 관행, 제도, 가치와 같은 유,무형의 모든 공공외교 자산을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가브랜드를 제고하는 동시에 부정적 이미지의 고착화를 방지하는 노력도 적극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를 방문하거나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우리 공공외교 성공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작년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수가 천만을 넘었다. 이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주위 사람들에게 전할 한국의 이미지는 천만의 몇 배 아니 수십 배에 달하는 외국인들에게 파급될 것이다.
때문에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의 80퍼센트 이상이 체류하는 서울은 우리 공공외교의 주요 무대이다.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서울의 좋은 모습은 국가이미지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서울의 도시 인프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서울시민의 성숙하고 선진적인 시민의식이다. 서울의 외형적 발전상은 호평하면서도 나쁜 기억을 갖고 돌아가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첫 발을 내딛자마자 택시 바가지요금으로 곤혹스러운 경험을 한 외국인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로 비치겠는가? 외국 방문객이 겪은 서울에서의 불쾌한 경험은 국가이미지를 크게 훼손시킬 것이 분명하다. 반면 서울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남을 배려하는 예의, 법규준수, 질서의식 등에 투철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가이미지는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다.
현대 공공외교의 주체로서 민간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 교수는 “국가이미지는 오랜 시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 속에서 키워지는 것”이라고 갈파했다. 이제 우리 국력에 걸맞은 국가 이미지 구축을 위한 공공외교의 성공을 위해 서울시민의 적극적 협조와 참여가 필요한 때이다. 이는 정부가 국민과 함께 하는 외교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