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실험은 북한 입장에서 보더라도 아주 잘못된 시기를 선택해 쓸데없이 힘자랑만 한 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대외적으로 볼 때, 이 시점에서 3차 핵실험을 강행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반발해서 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러기에는 잃는 것이 너무 많다. 왜냐하면 집권 2기를 맞은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1기와는 달리 북한과 대화에 나설 여지가 있었다. 오는 25일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도 북한에 대한 지원 확대와 교류증대를 약속한 상태다. 중국의 시진핑도 작년에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과 협력을 약속했고 올해 본격적으로 실천할 의향을 갖고 있었다.
북한이 굳이 핵실험을 하려면 주변국들의 대북정책이 실제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지켜보고 해도 늦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선후를 거꾸로 판단해 먼저 핵실험을 강행하고 주변국들을 협박하고 나섰다.
핵실험을 통해 대외적으로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도 불분명하다. 국제사회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한층 강력해진 핵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시위하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남한은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핵능력을 두려워해 고분고분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참으로 유치한 발상이다. 오히려 변화를 시도하려는 주변국들을 난감하게 하고 말았다.
나아가 평화를 원하는 국제사회와 유엔이 최소한의 명분을 위해서라도 추가 제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스스로 자초했다. 그런 점에서 3차 핵실험은 김일성 사후 김정일이 ‘제네바합의’를 파기하고 핵개발을 통해 통치력을 강화시켰던 행보를 김정은이 답습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번 3차 핵실험은 북한 내부가 더 약화되는 방향으로 귀결될 요소들이 더 많다. 지금 북한은 체제 유지가 어려운 말기적 증후들을 보이고 있다. 스스로 만든 대외적 고립, 경제파탄의 심화, 과중한 군비지출, 경직된 권력집단, 사회 전반의 부패 만연 등의 증상들이 그것이다. 북한은 김정일 시대의 핵개발이 김정일 체제를 강화시켰다고 잘못 계산하는 듯하다. 김정은도 김정일처럼 핵능력을 강화하면 김정은 정권도 탄탄해질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따져보면 북한의 핵개발은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북한이 핵개발과 미사일개발에 투입된 자금이 65억 달러라는 보고서가 최근 나왔다. 북한이 8년 치 옥수수를 구입할 수 있고 부족한 식량 50년분을 보충할 수 있는 재원이다. 1990년대 초중반 북한 주민 200~300만이 아사한 직접적인 이유도 결국은 주민들에 사용될 재원이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에 투입된 결과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지 1년이 경과하면서 북한 내부의 쌀값과 환율은 1년 전에 비해 2배나 올랐다.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도 해마다 줄어 올해는 가장 적은 지원만 확보된 상태다. 주민들이 생활고 해결 대신에 핵실험을 반길리 만무하다.
결국 3차 핵실험은 김정은의 권력 강화가 아니라 오히려 향후 김정은 정권의 약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구소련이 군사력만 앞세우다 체제가 붕괴된 전철을 북한도 따라 갈 가능성이 높다.
남광규(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