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박근혜정부가 어렵사리 조각을 마쳤다. 17일 김용준 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차 인선으로 17명의 각료 인선을 모두 끝냈고, 18일 청와대 비서실장에 허태열 전 의원과 국정기획ㆍ민정ㆍ홍보 등 3명의 수석비서관을 임명해 일단 새 정부 모양새는 다 갖췄지만 소회는 한 마디로 덤덤하다. 그동안 거론되던 유명인사가 빠져서가 아니라 의외의 인물이 너무 많은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11명의 장관은 2차 인선 때 6명의 전직 관료, 그것도 해당 부처의 숙련자와는 면모가 거의 달랐다. 물론 전공 또는 관련 부서에서 일한 경험이 참작이 되었겠지만 이는 실제 장관으로서의 행정력과는 다르다.
다시 말해 행정 장악력이 부족할 때 빚어질 비능률을 다사다난한 지금 언제까지 묵인 가능한가 하는 문제 제기다. 흔히 ‘배워서 잘하겠다’는 말은 이제 사치다. 과거 박정희 시절 장관으로서 성공했다는 교수, 군인 출신들 면면도 결국은 시간이 해결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18년 막강한 통치력이 뒷받침해서 만들어진 비전문인의 각료 성과를 5년 단임 대통령이 기대해서는 안된다. 물론 사람 나름이다. 그저 빨리 적응해서 전공을 살려주기를 바라야 한다.
지역ㆍ학벌 등 소통면에서 신경을 쓴 흔적은 보인다. 처음 약속대로 인수위원의 발탁이 진영ㆍ조윤선 의원 등 4명 정도에 그쳤다. 또 새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막강해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장을 발탁한 것도 그가 오랜 기간 연구기관에서 근무하며 이미 한국 경제성장과 글로벌 위기 등에 대처한 경험을 살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트레이드마크이다시피 한 미래창조과학부 수장에 미국 한 연구소 사장인 전혀 미지의 인물을 발탁한 것은 우려반 기대반이다. 먹거리와 안보 등 비상시기에 반짝하는 새 인물이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해도 여전히 위험부담은 따른다. 이런 때 야당 쪽 인물로 참신한 사람 하나 천거를 부탁해 발탁했으면 보다 넓은 소통의 길을 열지 않았을까 아쉽다.
이마저 국회 청문회라는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2차 인선자 6명 가운데 벌써 2명은 낙마 가능성이 높다는 세평이다. 11명 3차 인선자 중 살아남을 자 과연 몇명이나 될까. 이런 우려는 결국 언론 검증을 기피한 지나친 보안인사 때문이다. 조직개편안마저 통과되지 못한 상태에서 해당 부처 장관을 임명한 독선의 냄새도 옅지 않다.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를 다루지 않으면 새 정부는 지각정권이 되기 쉽다. 또다시 구 정권의 장관과 섞여 새 정부 국무회의가 열린다는 생각에 새삼 통치자의 불통 이미지가 오버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