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51.6%의 지지와 48%의 반대로 탄생했지만, 이젠 ‘100% 대한민국’을 책임져야 한다. ‘My Buddy’와 ‘My Business’의 답습으로는 ‘MB2’로 남을 뿐이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인간은 곧잘 이를 잊는다. 배타와 포용의 효과도 역사 속에서 오랜 기간 반복돼 왔다. 기원전 3세기께 중국. 진왕(秦王) 영정(靈政)은 한때 간첩을 우려해 타국 출신 신하(客卿)를 모두 추방하려 했다. 이때 참모 이사(李斯)는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써 이를 말린다. 영정은 이후 왕전, 몽염 등 진 토박이가 아닌 명장(名將)의 힘 덕분에 시황제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포용적 인사정책을 건의했던 이사는 이후 분서갱유(焚書坑儒)를 주도하며 반대세력을 철저히 짓밟는다. 이 같은 배타적 인사정책은 진의 몰락을 가져오고, 다시금 포용적 인사정책을 펼친 유방의 한(漢)에 제국을 내준다.
기원전 1세기 로마의 첫 종신독재관에 취임한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는 집권 과정에서 무려 4700여명의 반대파를 처형한다. 당시 기득권인 귀족을 대표한 술라는 평민의 도전을 결코 허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20여년 후 집권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평민을 대표했지만, 귀족세력을 계속 중용했다. 귀족 대표였던 폼페이우스와 연립정부를 구성했고, 폼페이우스와 적대관계인데다 평민에도 인기가 없던 크라수스까지 경제세력 대표로 껴안았다. 그 결과 로마제국 첫 제정(帝政)이자 최대 전성기인 율리우스 왕조가 성립한다.
이명박 현 대통령은 임기가 채 닷새도 남지 않았다.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어째든 국민의 지지로 탄생한 정부니까 국민의 평가가 가장 중요한데,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리 박수받는 정부는 아닌 듯 보인다.
이유를 요약하면 ‘내 사람(My Buddy)’만 쓰고, ‘내 사업(My Business)’만 챙긴 데 있다. 말 그대로 ‘2MB’였다. 부지런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일을 했지만, ‘고소영’ ‘강부자’ 인사에 측근ㆍ친인척비리, 소통부재 등에 가려 빛이 바랬다. 전 정부 추진사업이던 세종시 건설은 백지화하려 했지만, 본인의 공약인 4대강 사업은 국민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온 정권을 걸고 강행했다. 국정에서 야당은 철저히 배제했고, 합법적인 전(前) 정부도 거의 부정하다시피했다.
박근혜 당선인의 취임이 채 닷새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당선된 지 50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임기 5년이 지난 것 같은 피로감을 호소하는 국민이 많다. 소통을 기대했는데 ‘먹통’이고, 대탕평(大蕩平)이라더니 장관 후보자와 청와대 참모의 면모는 온통 ‘朴朴朴’이다. 당선인 선대(先代)의 구박(舊朴)에서부터 원박(原朴), 복박(復朴), 신박(新朴) 등 다양하다. ‘성ㆍ시ㆍ경(성균관대ㆍ고시ㆍ경기고)’으로 상징되는 편중인사에 병역, 재산, 도덕성 의혹 등 ‘구린 곳’도 꼭 5년 전 판박이다. 야당은 거들떠도 안 보고, 여론도 신경 안 쓴다. 치적에 집착해 공약에만 몰입하는 것도 꼭 닮았다. ‘증세 없는 기초노령연금 지급’ 공약을 지키려고 제 돈도 아닌 국민연금을 헐어 쓰겠단다. 준비됐다더니, 도대체 뭘 준비했냐는 말까지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51.6%의 지지와 48%의 반대로 탄생했지만, 이젠 ‘100% 대한민국’을 책임져야 한다. ‘My Buddy’와 ‘My Business’의 답습으로는 ‘MB2’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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