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속 기초노령연금 공약
초고령화 사회 대비엔 한계
임금구조·고용 여건 개편
노년일자리 창출 역점둬야
모든 노인들에게 매달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에 대한 이행 방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연구기관과 학계에서는 과다한 재정 소요와 국민연금 가입자들과의 형평성 때문에 공약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언론의 관심도 뜨겁다. 이러한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월 26일 기초연금 도입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 노인빈곤층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고로 많은 만큼 꼭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1월 도입된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은 노후 소득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인들을 돕기 위한 소득보전 장치로써 선별적 복지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모든 노인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기초연금 공약이 등장했다. 여야 모두 보편적 복지가 지향하는 이념이고 그 이념을 굳게 지킬 요량이라면, 좌고우면할 것 없이 소득과 무관하게 모든 노인들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균등하게 지급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연금에 가입한 노인들과의 형평 문제도 없어질 것이고 소득조사 등의 행정적인 번거로움도 해소될 것이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최근 언급에 비춰보면 기초연금의 도입 취지가 빈곤층 노인들을 위한 것 같기도 하여 지향하는 바를 종잡을 수가 없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초연금제도를 보편적 복지 개념으로 운영할 것인가 선별적 복지 개념으로 운영할 것인가는 기술적 문제라기보다는 이념적 문제에 가깝다. 그러나 기초연금제도가 이념적 문제라고 하더라도 당면한 현실을 외면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재원 조달이 가장 큰 문제다. 소요 재원을 줄이기 위해 소득에 따라 기초연금액을 차등 지급하거나 아니면 지급 대상을 지금처럼 70%의 노인들로 한정한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규모의 재원이 필요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그뿐 아니라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소요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막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초연금제도를 꼭 도입해야 한다면 일정 기간을 정해 놓고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독일처럼 연금가입률이 90%가 넘는 ‘1인 1연금 시대’가 열리고 노인빈곤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게 되면 기초연금을 계속 유지하지 않더라도 노인빈곤 문제는 상당부분 완화될 것이다. 물론 1인 1연금 시대는 그저 오지 않기 때문에 연금가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을 다 동원하더라도 노인빈곤 문제를 푸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현재 공적연금의 소득보장 기능이 미약한 상태에서 인구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인빈곤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최근에 한국을 방문한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연금제도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노년층이 오랫동안 일하도록 해 장기적으로 충분한 연기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국가에 먼저 진입한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에 처한 후 복지개혁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현금지원식 복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노인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된다. 범부처적인 노력을 기울여 임금구조와 고용여건을 노인친화적으로 개편하고 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계속 늘려나간다면 공적연금과 국가재정의 위기상황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노년기의 일자리는 소득효과뿐 아니라 정신적 활력을 유지시켜 주는 효과도 있다. 빈곤노인을 위한 복지재정 확충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가능한 한 일자리를 늘리는데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다. 최고의 노인복지는 행복한 일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