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막겠다며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린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 의원직 상실 형을 받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1심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은 19일 김 의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잃게 돼 있다.
재판부는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인 피고인이 헌법상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폭력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해 안건 심의 자체가 이뤄지지 못하게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즉각 항소하겠다며 “한ㆍ미 FTA에 따른 대한민국 서민들의 고통과 아픔을 국회의원들도 느껴야 한다는 마음으로 행동했다. 일방적인 날치기는 적법하다면서 나의 행동을 개인 간의 폭력 행위로 인정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2011년 11월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서 최루탄을 터뜨리고 의장석을 향해 최루가스 분말을 뿌리며 난동을 부렸다. 헌정사상 최악의 국회 폭력이자 해외토픽감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었던 사건이다.
몰지각한 행위에 대한 뻔뻔한 항변이야 그렇다 쳐도 사건 발생 15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1심 판결이 이뤄진 것은 일반상식과 너무 동떨어진다. 더구나 김 의원은 8차례의 검찰 소환요구를 의원특권을 앞세워 깔아뭉개더니 지난 4월 총선에서 금배지를 유지하며 되레 득의양양 해왔다. 더 가관인 것은 김 의원에 대한 최종판결인 대법원 선고가 일러도 내년 말께나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다. 의원직 상실 형을 선고받은 이가 앞으로 22개월, 모두 합쳐 3년이나 버젓이 의원 행세를 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사회정의 구현 차원을 넘어 기본적인 국민 권익보호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 해머에 쇠톱에 쇠사슬까지 동원하더니 최루탄까지 터트린 18대 국회는 갖은 오명 속에 퇴장했고 이후 정치권은 자숙하겠다며 ‘몸싸움 방지법(국회선진화법)’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불체포나 면책 등 철갑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데는 여전히 인색하다. 필요하면 법을 고쳐서라도 김 의원 부류의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시한을 정해 수사가 이뤄지고 또 단죄가 되도록 해야 한다. 법원도 이 사건을 정치질서 확립의 본보기로 삼아 최대한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