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2월 27일 국무회의. 이명박(MB) 대통령이 취임하고 이틀 뒤 열린 이날 회의에 이 대통령과 새 정부의 총리ㆍ장관들은 안 보였다. 대신 노무현 전 정부의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각료들이 상정 안건들을 의결했다. MB정부의 첫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아 내각을 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첫 국무회의는 달을 넘겨 3월 3일에야 개최됐다. 하지만 이 국무회의도 기형적이었다. 직전 참여정부의 마지막 장관 4명이 국무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새 정부의 일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퇴해 국무회의 정족 요건인 ‘국무위원 15명’을 채우지 못하자 전 정부의 장관들을 ‘임대’한 것이다.
5년이 지난 요즘 똑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오히려 더 심각하다. 박근혜 새 정부의 출범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미래창조과학부 등 신설 부처는 조직도 꾸리지 못하고 있다. 장관 후보자를 내정했다지만 다음 주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해도 당분간 사령탑이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국정 공백이 불가피하다.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5년마다 이 같은 파행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조직을 뜯어 고치고, 장관 후보자 인선이 늦어지고, 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는 부적격 인사를 내세우면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제도화하든, 관례화하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내각과 청와대 참모 후보 중심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박 당선인의 경우 당초 인수위 인선과 내각 인선은 별개라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진영 부위원장(복지부 장관), 김장수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국가안보실장) 등 인수위 출신을 13명이나 장관ㆍ청와대 참모로 기용키로 했다. 차기 정부 첫 내각 및 청와대 진용 30명의 절반 가까이 된다. 이를 상례화해야 한다.
대선 당선 후 취임까지 기간은 두 달 반 남짓. 그런데 인수위원 선임하는데 보름, 장관 후보자 찾는데 다시 한 달 가까이 걸리면 새 정부는 항상 지각 출범할 수밖에 없다. 아예 인수위 구성에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당선 직후 ‘사전 내각(Pre Cabinet)’을 꾸려 정부 업무를 인수토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인사 검증을 함께 진행하면 새 정부 준비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새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내각과 청와대 참모들의 공감대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조직 개편은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박 당선인의 조직개편안 일부에 대해 전문가들도 일부 우려하는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여야의 힘겨루기로 처리가 늦어지면 국정 공백만 초래한다. 당선인은 조직 개편을 하되 시행착오가 발생하면 언제든 보완하겠다고 약속하고, 야당은 이를 바탕으로 법안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 정부 조직은 안정적인 게 최선이지만, 대통령 당선자가 정책 성과를 높이기 위해 꼭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나중에 잘못이 드러났을 때 보완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야 한다. 여야가 강경하게 대립하면 정치적 부담 때문에 나중에 시정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