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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이해준> ‘국민방’ 의 선물은 어디에
다음주에 출범하는 새 정부가 국민의 텅빈 마음을 조금이라도 채워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진정 도움이 필요한 곳에 작더라도 따뜻한 공감의 손길을 내민다면, 그것이 ‘국민방’의 선물이 될 것이다.





처음에는 눈물을 참으려고 애썼다. 눈물 흘리는 걸 다른 사람이 보면 어쩌나 하는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참는 건 한계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객석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흐르는 대로 눈물을 쏟아내니 마음도 후련해졌다.

요즈음 국민들을 울리고 있는 영화 ‘7번방의 선물’ 이야기다. 비슷한 경험을 한 관객이 많을 것이다. 아예 손수건을 준비해 간다는 사람도 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온 지적장애인의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가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개봉 1개월도 안 돼 누적관객 920만명을 넘겨 이번주 말 1000만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코미디 영화로선 최고 기록이다.

신파조의 B급 코미디로 치부될 수 있는 이 영화의 흥행 질주는 의외다. 이환경 감독조차 ‘기적’이라고 말할 정도다. 물론 이 영화엔 흥행의 요소가 많다. 주연 유승룡과 아역 갈소원의 눈물나는 연기에 오달수 김기천 김정태 박원상 정만식 등 조연들의 연기도 일품이다. 부조리한 권력과 저항력이 없는 지적장애인의 대립구도, 잡범들로 가득 찬 감옥이라는 공간과 억울한 누명을 쓰고 수감된 순진무구한 장애인 아버지와 예쁜 딸, 이들의 진한 가족애도 흥행 요소다. “여기는 학교”라고 말하는 조폭 출신 방장의 말에 천진난만하게 “여기는 감옥이야, 나쁜 사람들”이라고 정곡을 찌르는 대목에선 단순히 웃어넘길 수 없는 삶의 진실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1000만 ‘대박’을 터트릴 정도라고 보기는 아무래도 힘들다.

‘7번방의 선물’이 대박을 친 것은 이 영화가 따뜻한 휴머니즘을 갈구하는 국민들의 정서와 절묘하게 맞았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의 거짓과 위선, 공권력의 부조리, 없는 자들의 소외와 공허함이 관객을 끌어들였다. 울고 싶은 마음에 뺨을 때려준 격이다. 핏발을 세우며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게 감싸는 이야기는 저항할 힘을 상실한 세태를 반영한다. 막대한 자금과 화려한 출연진, 웅장한 스펙터클로 한국 액션영화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 ‘베를린’을 흥행에서 압도하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눈물샘을 공략하기 위해 만든 ‘힐링’ 영화에 너무 진지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지만, ‘7번방의 선물’은 오늘날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공감과 위로는 화와 불안을 다스림으로써 내면의 힘을 키워주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일시적인 위안은 될 수 있지만, 현실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힐링 이후에 필요한 것은 희망이며, 그 희망을 현실화할 구체적인 방법이다.

그 희망을 채우는 일 역시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희망을 노래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그것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 사회지도층의 중요한 몫이다. 국민행복 시대를 표방하고 다음주에 출범하는 새 정부가 이런 국민의 텅빈 마음을 조금이라도 채워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거창한 구호와 권위를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아픔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고 공감하는 지도자와 정부가 되길 바란다. 진정 도움이 필요한 곳에 작더라도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면, 그것이 ‘국민방’의 선물이 될 것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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