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놓은 박근혜 정부의 ‘5대 국정목표’에 경제민주화가 빠진 것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박 당선인이 중점 공약으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퇴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자칫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새로운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박 당선인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경제민주화를 중점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 공약집에는 국민통합, 정치쇄신, 중산층 재건과 함께 일자리와 경제민주화가 4대 지표로 적시돼 있다. 또 대선출마선언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를 핵심 비전으로 제시했으며 새누리당 개혁의 아이콘이 되다시피 했다. 진보적 의제인 경제민주화 담론 선점은 정치적 효과도 적지 않았다.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으며, 그 결과는 대선 승리로 이어졌다. 더욱이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박 당선인의 정치 신념과도 같은 말이다. 그런데 경제민주화가 국정 목표에서 느닷없이 사라졌으니 모두가 의아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인수위 생각은 다르다.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만 쓰지 않았을 뿐 그동안 논의됐던 공약 내용은 21개 세부전략과 140대 국정 과제에 모두 반영됐다는 주장이다. 가령 5대 국정 목표의 첫 항목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다섯 번째 세부 실천 전략인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이 사실상 경제민주화라는 것이다. 또 하도급 거래 관행 개선, 징벌적 손해배상제, 공정위 전속 고발권제 폐지 등의 관련 항목도 많다고 설명했다.
인수위 주장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여전히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국정운영의 우선순위가 되는 것은 방향이 맞다. 성장을 해야 일자리도 생기고 경제 회복도 빨라진다. 따지고 보면 경제민주화는 결국 대기업의 횡포를 막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치적 슬로건이 주는 상징적 의미가 적거나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실천의지다. 우리는 경제민주화 용어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박 당선인의 의지조차 약해졌다거나 국정 과제에서 후순위로 밀렸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진정성 있는 실천 여부는 모든 국민이 꼼꼼히 지켜볼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임을 잊어선 안 된다.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 문제는 이 시대가 풀어야 할 최대 과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