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48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22일 해단식을 가졌다. 일요일이던 지난달 6일 현판식을 하고 휴일 없이 달려 온 인수위 관계자들의 노고가 컸다.
인수위는 한 달 보름여 동안 50여개 정부 부처ㆍ기관의 업무보고를 받은 데 이어 정부조직개편안을 짰다. 새 정부의 5대 국정목표도 수립했고, 140개 국정과제 등을 담은 국정로드맵도 마무리했다. 서민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민생현장을 탐방하고 중소기업의 애로점을 수집해 ‘손톱 밑 가시’ 94건을 우선 해결과제로 정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이 인수위를 선대위 국민행복추진위와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위주로 꾸림으로써 지나치게 전문성을 강조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우려를 얼마나 불식시켰는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보다 분명한 것은 인수위가 완장 찬 점령군 행세를 하지 않음으로써 새 지평을 열었다는 사실이다. 친박계나 실세를 최대한 배제한 것도 과거에는 찾아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전문위원을 아예 두지 않는 등 규모를 실무형으로 최소화하고 박 당선인이 직접 정책 혼선을 차단한 것도 훗날 참고할 만한 사항이다. 과거 인수위가 설익은 정책을 고주알미주알 꺼내놓아 정책 부작용을 키웠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나친 보안으로 언로가 막히고 소통부족 현상을 빚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불통에다 ‘밀봉인사’니 ‘비밀주의’니 ‘깜깜이’니 하는 수식어가 보태진 것도 유감이다. 무엇보다 박 당선인의 인선 난항에 야야의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지연이란 변수가 겹쳐 새 정부 출범이 산뜻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은 큰 오점이다. 첫 총리 인선 불발에 이어 장관과 비서라인 구축에 검증부실이 드러난 것은 결국 인수위의 책임 영역 안의 사안들이다. 인수위가 역설적으로 새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긴 셈이 됐다. 지금까지 세 차례 주요 인선을 통해 6명의 인수위원이 요직에 나서게 됨으로써 임무 완료 후 원대복귀라는 원칙도 깨졌다. 그러나 이는 새 정부의 연착륙 면에서 오히려 순기능이 더 클 수 있다. 널리 인재를 구해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든지 권장할 일이다.
모아 놓은 구슬을 잘 꿰서 차는 일이 특히 중요하다. 총리를 비롯한 새 정부 각료들의 어깨가 무겁다. 한국 호(號)가 거친 풍파를 이겨내고 순항해 낼지는 박근혜 새 대통령의 향후 리더십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