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이 국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시민단체 등과 함께 3월 1일을 기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한다. 그동안 독도문제와 교과서 왜곡 사건 등으로 시민단체 차원의 일제 불매운동이 더러 있기는 했지만 상인들이 직접 나선 적은 거의 없었다. 불매운동 대상 품목은 담배 맥주 카메라 의류 가전 자동차 등 소비재에서부터 공산품까지 다양하다. 현재 이 연맹에 소속된 자영업자들이 국내에서 유통되는 일본 제품의 80%가량을 취급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얼마나 참여할지 의문이나 전국 회원이 600만명이라니 경우에 따라 경제적 외교적 파장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불매운동에 나서는 심정은 백번 이해가 간다. 일본의 저열하고 치졸한 행태에 분을 삭이기 힘든 것은 모든 국민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불매운동은 한순간의 파급은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감정적 대응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독도 문제가 양국 민간차원의 갈등으로 확산되면 일본의 의도대로 국제분쟁지역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더욱이 경제적으로도 실익이 전혀 없다. 이제 세계는 하나의 커다란 시장으로 바뀌었다. 국수주의적 사고로는 살아날 수 없는 환경이다. 세계 15위권의 경제강국이자 7대 무역국인 우리로선 더욱 그렇다. 제2의 물산장려운동이라고 하지만 경제력이 보잘것없었던 일제강점기와 지금의 상황은 천양지차다. 최근 센카쿠 갈등으로 중국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인 결과 판매가 다소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지만 중국 측 피해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의 대(對)일본 수출이 줄어들고, 일본 자본의 투자선이 제3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등 그 부메랑을 맞은 것이다.
시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적으로 자유로워야 한다. 그래야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일본의 극우파가 득세하고 한국에 대해 도발적으로 나오는 것은 일본 경제상황이 어려움에 봉착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는 분석도 있다. 불매운동으로 일본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차분히 우리의 경제력과 힘을 키우는 것이 궁극적으로 이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