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새 정부 첫 총리로서 27일부터 정상 집무를 시작했다.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이라는 국정운영 목표의 차질 없는 진행을 당부했다. 또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 처리가 늦어지고 있어 걱정이라며 총리가 중심을 잡아 각 부처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 총리는 취임식에서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들께 다가가서 열심히 듣고 소통하는 국민 곁의 총리가 되겠다고 화답했다.
책임총리, 특히 쓴 소리 총리에 대한 수요가 크다. 그러나 정 총리가 이에 얼마나 부응할지 걱정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공직경험이 빈약해 부처 통솔은 차치하고라도 종합적인 행정수행능력을 의심받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더 문제는 ‘예스맨’의 틀을 얼마나 벗어 낼지 여부다. 책임총리는 헌법상 용어가 아닌 정치 용어로,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대통령이 뽑은 총리가 권력을 분점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정 총리는 소신 있게 헌법에 부여된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건의 권한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결국 대통령 하기 나름의 문제다.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지금 이런 우려나 논의도 한가한 일이고 사치에 지나지 않는다. 새 대통령이 첫 총리에게 내 건 첫 당부가 새 정부 출범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국정 파행은 현실화하고 있다. 26일 오전에 예정됐던 첫 국무회의가 무산됐다. 과거 1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어김없이 열어 온 국무회의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목 잡힌 결과다.
정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얼마나 더 시간이 지체될지 감감하다. 정치권의 자기 욕심이 이대로 뻗치는 한 국민적 실망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첫 회의를 열고 국정현안을 논의했다. 차질 없는 국정운영에 대한 되풀이 당부보다는 국정 난맥의 근원이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찾아 이를 푸는 것도 대통령의 정치력 범주에 드는 일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믿음과 비관이 공존한다. 약속을 잘 지킬 것이라는 점과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을 도전과 과제 앞에 힘겨워 할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다 북한 핵문제가 난제 중 난제다. 총리가 힘을 보태고 대통령이 나설 때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접어야 한다. 정부 출범이 늦어지면 나라 망신만 더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