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민주당을 향해 통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평가 토론회에서다. 우선 대선 패인을 운동권 체질의 정복적, 패권적 집단문화에서 찾아낸 점이 눈길을 끈다. 한 교수는 민주당의 대선패배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 오만, 도덕적 해이의 결과라며 대선패배의 책임 있는 세력이 공동으로 자숙하고 퇴진할 때 과거극복의 정의는 실현될 것이라고 쏘아댔다.

한 교수는 민주당이 재기하려면 당 자체의 잠재력을 모아 당에 퍼진 분열의 암세포를 이겨낼 수 있어야 하고 포용과 소통의 정신으로 대체할 것을 주문했다. 대선패배 후유증을 채 추스르지 못한 민주당, 특히 주류 격인 친노(親盧)세력으로선 급소를 가격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 같은 진단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패한 뒤 유사한 반성문을 내고도 애써 감춘 채 대선에 임해 지금의 처지가 된 것도 아는 이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5월 전당대회 룰을 놓고 아전인수 격으로 세력다툼을 벌이는 민주당이 진실 되게 새겨들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민주당의 몰락은 지지 세력의 환멸을 넘어 정치를 비웃고 도피하는 탈정치의 출구를 열어줄 위험이 있고 이는 한국 민주주의의 재앙”이라는 부분과, “당 전체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기 짝이 없고 특히 당권을 장악해온 주도세력의 운동권 체질인 자기도취와 망상, 상호불신으로 점철된 계파싸움은 이제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대목일 것이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 환골탈태를 선언했다. 대선평가단의 냉철한 진단도 같은 맥락이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불과 얼마 전 “트집을 잡거나 발목을 잡는 대신 손목잡기를 하겠다”며 “정부조직개편안 등의 처리도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 반대다. 방송정책 이관을 놓고 벌이는 여야의 정부조직법 기 싸움은 결국 새 정부의 반쪽 출범을 불러오고 말았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식당주인이 밥을 짓겠다는데 찰밥이든 흰밥이든 짓게 하지 왜 민주당은 그러는가하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면서 “표결을 해서라도 처리해 주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이런 언급이 호남 지역 민심의 일단이라는 점을 민주당은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정부 독주를 견제하고 수권정당으로 진정 거듭 태어나려면 당장 이런 고언을 있는 그대로 실천에 옮기는 일부터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