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다음달 실시되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체류 중인 안 씨가 오는 10일께 귀국, 자신의 향후 정치 구상을 밝힌다니 아직은 정확한 의도를 짐작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의 현실 정치 참여는 지금의 불투명한 정국을 고려할 때 정치권을 요동치게 할 것은 분명하다. 새 정부와 여당은 의욕적 출범에도 불구하고 정치력과 소통 결핍에 따른 시행착오와 혼선에 빠져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책임공방을 둘러싼 내분으로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다. 그 여파는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대립으로 표출, 구태정치의 반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한심한 정치판 상황은 ‘안철수 현상’의 재가동을 고무하는 동기가 충분히 될 수 있다. 이번 출마를 저울질한 안 씨와 그 측근들도 이런 계산을 했을 것이다. 안 씨가 4월 국회 진입에 성공한다면 정치판은 한바탕 회오리가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여파는 지지층이 겹치는 민주당에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가 민주당을 웃돈다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심지어 서울, 호남, 강원 등에서는 새누리당에도 앞선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안철수 신당의 최대 잠재적 피해자로 지목되는 민주당은 ‘악마의 유혹’이라며 바짝 경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라는 큰 정치 수요를 고려할 때 신당 출현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다. 물론 정치 초년생인 안 씨가 창당을 주도하는 데는 적지 않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개혁의 깃발이 끌어들이는 흡인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지난해 안철수 현상을 낳은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은 지금의 정치판에선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안철수 파동을 어떤 전략과 수순으로 수용할지가 관심이다. 지난 대선 때처럼 또다시 연대체제로 갈지, 아니면 아예 안철수 현상을 민주당 체질 개혁의 발판으로 삼을지, 그것도 아니면 신당과 치열한 경쟁체제로 나설 것인지 주목된다. 대선 패배 후 전열정비도 채 안 된 민주당으로서는 그야말로 내우외환이 겹친 셈이다. 진보세력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안 씨가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에 최종 출마를 하게 될지도 궁금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올 하반기는 야권 중심의 정계 재편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치권이 어떻게 개편되든 민생과 환골탈태한 새 정치에 기여할 때 비로소 유의미하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