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조직개편안을 놓고 여야의 정략적 대치가 도를 넘은 가운데 4일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내정자직 사퇴를 전격 선언하는 돌발사태가 발생했다. 김 장관 내정자가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제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며 장관직 수행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은 한마디로 충격이다. 자신이 맡게 될 미래부를 둘러싸고 정부조직개편안이 미궁에 빠진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지도부 회동이 민주통합당의 거부로 무산되자 결국 사퇴결심을 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정치권, 나아가 국민 대다수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미래부는 박 대통령이 야심차게 신설한 새 정부의 통치적 아이콘이나 다름없다. 특히 미국 이민자인 김 장관 내정자는 세계 최고 벤처기업가로서 한창 명성을 날리던 중 박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흔쾌히 귀국해 국민들에게 큰 위안을 심어준 주인공이다. 그런 그가 정치적 참담함을 느끼고 조국을 다시 떠나려 한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 주가 지나도록 내각 구성도 못하고 수준 낮은 정치공방에 몰두하는 작금의 행태가 빚은 당연한 결과다. 여야의 지루한 협상의 핵심 쟁점은 고작 일부 방송의 통제권 이관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야당은 새 정부 발목잡기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방송의 공공성과 중립성이라는 외줄기 명분론에 거의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시간이 반대편에 기울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IPTV와 일부 케이블 방송의 인허가권과 법제권을 미래 창조과학부로 옮기는 것은 새 정부의 핵심 프로젝트인 신성장 동력의 창출을 위한 중심과제의 하나이므로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야당은 편견에, 여당은 오만에 사로잡힌 결과다. 야당보다 여당이 더 한심스러운 것은 지나치게 경직돼 보인다는 점이다. 행여 새 대통령의 지침에 너무 얽매인 부작용이 아닌지 의심된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것과 경직되거나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정부 구성도 못하고 있는 위기적 상황에서는 과감한 정치력을 발휘해 야당과 국회를 온전한 국정동반자로 예우해 주는 것이 문제해결의 핵심이다. 눈치만 살피는 주변의 참모와 여당지도부에 계속 안주하다가는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게 될지 모른다. 야당도 제 위치를 찾아야 한다. 조국을 등지겠다는 김 장관 내정자의 말에 아픔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