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제는 우리를 향해 핵 타격 운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과 중국이 유엔 회원국의 대북 금융제재 강제이행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강력한 안보리 대북 제재안을 추진하고, 키 리졸브 등 한ㆍ미 합동 군사훈련이 진행되자 안절부절 제정신을 내다 빼낸 북한이다.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고 북한군 판문점 활동도 중단하겠다는 으름장도 내놓았다.
북한은 5일 밤 이런 엄포를 천안함 폭침 도발 등 대남공작 총책으로 알려진 김영철 군 정찰총국장의 입을 통해 쏟아냄으로써 공포조장을 의도적으로 극대화하려는 술책마저 부렸다. 최근 우리 측의 북핵 공격 징후 시 선제 타격론에 대해 “정밀 핵 타격수단으로 맞받아치게 될 것”이라며 “누르면 발사하게 돼 있고 퍼부으면 불바다로 타 번지게 된다”며 섬뜩한 위협을 가해 온 것이다. 나아가 “미국 등의 적대행위에 대처해 보다 강력한 2, 3차 대응조치를 연속으로 취할 것”이라며 추가 도발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핵무기 장착이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지난달 3차 핵실험으로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더니 최근에는 원산비행장에 배치됐던 미그기를 대남전략기지인 강원도 통천군 구읍비행장으로 전진배치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우리의 대응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심각한 상황이 현실화한 것이다. 맘만 먹으면 언제 어느 때고 국지도발 정도는 가볍게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토록 국가안보가 엄중한데 지금 우리 형편은 어떤가. 새 정부 조직개편 협상이 결국 수렁에 빠져들면서 대한민국의 국가 기능이 마비 상태에 놓였다.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이 훌쩍 넘도록 변변한 정부 하나 꾸리지 못한 것은 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빼고는 각 부처가 결재라인 없는 그야말로 ‘식물정부’이다보니 국가 정책, 특히 서민을 위한 공약이나 각종 대책 등 시급한 현안들이 집행 기능을 상실한 채 헛돌고 있다.
이러는 사이 글로벌 재정위기 여파로 수출과 내수가 얼어붙어 설상가상으로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 일본의 엔저 공격뿐만 아니라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 유럽까지 통화가치 절하 경쟁으로 자국 중심의 경제정책과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더 높이고 있다. 우리 기업과 우리 제품이 사면초가에 놓여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 여야의 무책임한 정치놀음으로 올 스톱된 정부를 북한이 정면 조준해 핵 망동을 벌여도, 안팎의 경제 위기가 가중될 대로 가중돼도, 그저 보고 듣고 당해야 하는 국민들의 처지가 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