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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박승윤> 정치력 부재에 피멍 드는 경제
박근혜 새 정부는 출범 100일 안에 가계 부채, 성장 잠재력 확충, 복지 재원 등 경제현안에 대한 해법을 마련, 추진해야 한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지적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무뇌 정부 사태가 계속되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2주 전 새 정부의 국정 공백을 우려하는 칼럼을 쓸 때만 해도 정치권의 난맥상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 2월 중에는 정부조직법이 통과돼 지금쯤 한두 명의 인사청문회 낙마자를 제외하면 내각 구성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화장실 가기 전과 나온 후가 다르다’고, 대선 때 그렇게 부르짖던 국민 우선, 소통의 정치는 실종됐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0여일이 지났음에도 임명장을 받은 신임 장관은 한 명도 없다. 정부 부처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여야 갈등의 핵이 박 대통령의 야심작인 미래창조과학부로의 특정업무 이관 때문이라는 점이 국민들을 더욱 답답하게 한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창조경제의 발전소가 되겠다는 미래부는 해외에서 영입한 장관 후보의 자진 사퇴로 언제 조직이 꾸려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와 야당의 힘겨루기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민생 경제는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경제 현안을 챙길 주체가 실종돼 안에서 썩어가고 있는데도 수술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ㆍ성장동력 부재의 사막으로 내몰릴까 걱정이다. 임진왜란 직전까지 당쟁에 혈안이던 1592년의 조선, 외환 위기가 턱밑까지 왔는데도 한은법 개정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던 1997년 한국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사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외부 환경은 온통 지뢰밭이다. 훈풍이 부는 듯하던 세계경제는 곳곳에서 정치에 발목이 잡혀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미국은 여야가 시퀘스터(연방예산 자동삭감) 협상에 실패하면서 재정 절벽이 현실화됐다. 10년간 1조2000억달러의 예산이 자동 삭감되는 시퀘스터의 후폭풍은 아직 잔잔하지만 서서히 미국 경제의 활력을 잃게 할 것이다. 지난달 총선에서 재정 긴축을 비판하는 정당들이 득세한 이탈리아의 정치 혼란은 유로존 경제를 다시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근혜 새 정부는 출범 100일 안에 가계 부채, 성장 잠재력 확충, 복지 재원 등 경제현안에 대한 해법을 마련, 추진해야 한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지적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무뇌 정부 사태가 계속되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기자는 종합유선방송(SO)의 인허가권을 방송통신위에서 미래부로 이관하면 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된다는 민주당의 논리가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를 빌미로 정부조직법을 처리하지 않는 야당의 행태가 한심하다.

하지만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야당을 윽박지르고 있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도 걱정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18년이라는 장기집권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일궜지만, 지금 박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은 5년이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 경제의 초석을 제대로 다지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또 군사정권 시절엔 모든 게 대통령 뜻대로 됐지만 지금은 야당의 협력이 없으면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지도자는 상황마다 다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유연성ㆍ공존ㆍ화합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덕목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말한 대로 국민들은 지금 불안하다. ‘도대체 경제는 누가 챙기나.’ 

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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