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따내기 특색없는 콘텐츠
관광객 위한 서비스 찾기 힘들어
정부·지자체 주도형 최소화
국내외 공동마케팅 활성화해야
새 정부 정책 가운데는 지방 관광지 육성도 들어가 있는 모양이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 수도권 편중 현상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의 문화나 산업을 육성한다는 건 어제오늘의 숙제는 아니다. 배려 차원에서 관광정책으로 하나쯤 끼워넣은 단어가 아니길 기대해본다.
가난한 지방 관광, 갈 길은 요원하다
우리나라의 지방 관광지는 방문객 수만 보면 연간 수억명이 전국의 산하를 유람하는 관광대국이다. 강원도에 9000만명, 서울 종로에 3000만명, 제주 전북 경주에만 1000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통계를 믿는 이는 거의 없다. 지역에 유입되는 유동인구 산출 통계가 관광객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결과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방 관광지들은 한산하다. 차라리 유입인구 통계라고 표현한다면 지역주민들의 기대치도 적을 텐데, 굳이 관광객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알 수 없다. 관행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는 관광지들이 많다. 축제도 행사도 많다. 227개 기초단체당 10개씩만 잡아도 2270개, 관광안내책자에는 훨씬 더 많이 소개돼 있다. 축제는 또 얼마나 많은가. 저마다 ‘산 좋고 물 좋은 팔경’에 조상의 얼이 담긴 문화유산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자연은 어느 곳이나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문화유적은 전국에 산재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친환경ㆍ무공해 농축산물을 내세우지만 음식재료는 당연히 청정해야 한다. 비슷한 자원을 앞다투어 내세우자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은 후선에서 지원하면 된다
73년 전, 남이섬에서 열린 제8차 국가고용전략회의의 주제는 ‘관광지 육성’이었다. 굴뚝 없는 서비스산업이야말로 첨단기술산업에 이어 일자리 창출의 보고이며 한국 지역경제의 미래를 담보할 블루오션이라고 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지방 관광 육성을 독려했지만 일회성 행사로 그치고 담당자들은 모두 바뀌었다.
새 정부에서도 지역관광협의회를 구성하면서 뭔가를 조직적으로 육성하려는 모양이다. 관광서비스산업은 아이디어와 손끝 정성이 결합한 무형상품인데, 중앙정부가 나서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2년 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창의엑스포’ 광고판, “국가는 길을 연다. 인민은 그 길로 달리시라.” 홍보성 문구겠지만 중앙정부가 할 일이 적시돼 있다. 중앙이나 지자체 등 행정관서에서 너무 많은 일을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시설에 콘텐츠에 체험 이벤트까지 손대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연히 민간의 일자리는 줄어든다. 관광지 지정이나 법제도를 유연하게 하는 건 정부의 몫이지만,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만족을 선사하는 건 민간의 몫이다.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팸투어가 공무원들의 실적 부풀리기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관광무역에 눈을 돌리자
이론상으로는 틀리지 않지만 전국을 균형 있는 관광지로 육성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저마다 자원이 다르고 특산물이나 생활과 교통여건이 다르다. 반면에 시설이나 콘텐츠는 비슷비슷하다. 제 살 갈라먹기가 아니면 애초부터 경쟁거리가 못 된다.
작년 9월 상상나라연합이라는 관광협의체가 생겼다. 서울 강남과 광진, 인천 서구를 비롯해 가평, 양평, 여주, 양구, 충주, 청송 등 한국의 ‘이름 없는’지역끼리 셔틀버스로 교통망을 연결하고 국내외 공동 마케팅을 하기로 했다 한다. 관광지 컨소시엄인 셈이다. 커다란 관광연합체를 전국과 세계로 연결하는 것, 이것이 관광무역의 시작이다.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지 않고 손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나가서 관광지를 파는 ‘관광무역’에 주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