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1955~63년생, 758만여명)를 중심으로 귀농ㆍ귀촌 열기가 뜨겁지만, 유감스럽게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각종 귀농(귀촌 농업인 포함) 지원책 속에는 되레 귀농인들의 발목을 잡는 시대착오적인 ‘덫’이 숨어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농어촌’의 개념과 ‘귀농인’의 요건이 그렇다.
지난 2010년, 22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강원도 홍천으로 이주한 P(50) 씨는 이듬해 6월 정부의 귀농인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농지를 추가로 매입했다. 이 자금은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침에 근거해 일선 지자체에서 지원 대상자를 선정한다.
그러던 P 씨가 갑자기 귀농인의 지위를 박탈당한 것은 귀농 이후 추가로 확보한 농지에 대해서도 취득세 50% 감면 혜택(2010년 10월 27일 신설)이 있음을 뒤늦게 알고 이의 환급을 신청하면서다. 그러나 관할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해당 홍천군은 P 씨가 귀농인이 아니라며 환급을 거부했다.
이유인즉, P 씨의 귀농 직전 주소지가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교하택지개발지구)’이었는데, ‘농어업ㆍ농어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상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읍ㆍ면은 모두 농어촌이기 때문에 귀농인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설명이었다.
당시 귀농인 농지 취득세 감면을 규정한 지방세특례제한법에는 귀농인의 요건을 ‘농어촌 외의 지역에서 귀농일 전까지 계속 1년 이상 거주한 자’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는 농식품부에서 매년 지자체에 내려보내는 ‘귀농지원사업’ 지침에 명시된 귀농인의 요건과 똑같다.
하지만 수도권 읍ㆍ면까지 모두 농어촌으로 규정한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농어촌에 대비되는 개념은 도시인데, 국토의 최상위법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수도권 읍ㆍ면 중심지는 이미 도시지역(주거ㆍ상업ㆍ공업)으로 변한 지 오래다. 더구나 택지개발지구(신도시)라면 말할 것도 없다. P 씨가 귀농 창업자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귀농인의 요건에 굳이 거주지(주소지)의 제한을 둘 이유가 없다. P 씨의 이유 있는 항변에도 끝내 귀농인임을 인정하지 않던 행안부는 그러나 2013년 1월 1일부로 슬그머니 귀농인 요건에서 ‘농어촌 이외 지역 거주’를 아예 삭제했다. 뒤늦게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 셈이지만, 그 이전 기간(2010.10.27~2012.12.31) P 씨와 같은 선의의 피해자 구제는 외면하고 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귀농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의 경직된 태도다. 이번 기회에 현실과 동떨어진 농어촌과 귀농인 요건을 바로잡기는커녕 2013년 지침에서도 이전의 귀농인 요건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P 씨와 같은 사례는 질의-회신을 통해 선별 구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대다수 지자체에선 “정부 지침에는 선별 구제에 대한 내용이 없다”면서 P 씨와 같은 사례도 귀농인 인정 및 지원에서 배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난맥상이 빚어지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귀농인 아닌 귀농인’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이들의 인생 2막 설계를 그르치게 하고, 혹 좌절시킨다면 이에 대해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