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자청한 12일 기자회견은 한마디로 국민들을 우롱한 돌출행동이다. 그는 이날 사전 통보도 없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겠다며 국방부 기자실에 불쑥 나타났다. 그리고는 “나라를 위해 헌신할 기회를 달라”는 요지의 발표문을 읽고는 질의응답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리를 떠났다. 여론이 부정적이라도 장관 자리에 앉고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히러 온 셈이다. 아무 설명 없이 휑하니 떠나 그 까닭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다만 일종의 통과의례로 생각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민을 무시하지 않고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그가 읽은 발표문에는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앞으로 그런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입에 발린 사과와 의례적인 반성으로 본질을 얼렁뚱땅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그리고선 위태로운 국방 상황을 거론하며 자신이 장관에 임명돼야 할 당위성만 줄줄이 나열했다. ‘이 정도까지 했으면 할 것 다 하지 않았느냐’는 오만함이 차고 넘친다.
김 후보자는 4성 장군 출신으로 일개 무기중개업체 로비스트로 활동, 연일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그것 말고도 부동산 투기와 연평도 포격 뒷날 골프 등 각종 의혹이 봇물이다. 오죽하면 여권 내부에서조차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퇴론을 제기할 정도다. 그쯤이면 스스로 용퇴하는 것이 임명권자는 물론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김 후보자의 얼굴이 두껍다 해도 이날 회견은 ‘윗선’과의 교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방부 장관 지명을 당분간 미루겠지만 철회하지는 않겠다는 언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무리하게 임명을 강행하려는 이유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그 정도의 소통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차제에 국회 인사청문회의 제도적 보완도 해야 한다. 범죄에 가까운 위법과 현저한 도덕적 하자가 있더라도 인사권자가 밀어붙이면 도리가 없다. 그러니 후보자는 ‘하루만 망신당하면 그만’이라며 버티기로 일관하는 것이다.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대통령 인사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구속력을 가져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가령 상임위 찬반 투표 결과에 반하는 경우 대통령이 그 사유를 국회에 통보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 또 후보자의 불성실한 자료제출과 답변에 대해서는 국회 조사권을 발동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