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 사회 전반에 개혁의 고삐를 다잡고 나섰다. 북한의 핵 망동에 따른 안보위기에 법질서마저 흐트러져 국민적 불안감이 더 가중되는 것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성사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경제민주화’를 실물경제의 왜곡현상을 바로잡는 것으로 시작하겠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대기업 등 강자 편향적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엄격한 단속을 우선 천명한 것은 상징성이 그만큼 큰 때문이다. 또 금융권 내부 의결권을 제한하고 이동통신 3사의 보조금 과다지급에 대한 제재 수위도 높이겠다고 한다. 당연한 조치다. 이번 기회에 부당한 하도급 단가인하행위에 대한 징벌적인 손해배상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부당이익환수제 등 공정거래법 개정도 피할 수 없다면 서두르는 것이 옳다.
이번에 특별히 강조된 주가조작 근절 역시 화급히 척결해야 할 대표적인 사회악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인투자자들을 절망으로 몰아넣고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기는 주가조작은 철저히 밝히라고 주문했다. 오너와 그 주변의 주가조작 행위는 거액의 탈세 온상이다. 조직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물론 국세청까지 일괄적으로 나서 이번에야말로 일벌백계의 자세로 조사와 제재에 의기투합하기 바란다.
정치권의 과제 또한 막중하다. 많은 시간을 허비한 만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늦어도 4월 국회에서 공정관련 개혁 법안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입법사안이 아닌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과징금 인상과 금융권의 내부거래 실태 조사 등 행정조치는 가급적 서두르는 것이 좋다. 기업 거래상 약자나 말없는 다수의 소비자를 보호하는 일이야 말로 얼마든지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경고와 행정 조치, 나아가 법적 규제까지 감내해야 할 재계나 금융계 입장에선 다소 억울한 점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가 후려치기, 리베이트 강요, 인력 빼가기, 약탈적 골목상권 침해 등 이런 사회적 지탄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일부이긴 하나 계열사 및 가족 일감몰아주기로 부의 세습을 누리고, 단가후려치기로 포식을 일삼아 온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잘못된 관행과 과오는 인정하고 앞장서 고쳐나가는 것이 옳은 수순이다. 그래야 공로를 인정받고 성장정책을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정부도 막막했던 복지재원 조달이 급하다고 선악 구분 없이 무분별한 압박으로 기업 경영활동 전반을 옥죄기만 해선 결코 안 될 것이다. 자칫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우를 범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