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성장정체 시대에 진입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추동력 마련이 발등의 불이 됐다.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된 것도 이런 고민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성장이 정체된다는 것은 GNP와 같은 재화의 총량을 더 이상 늘릴 수 없고, 무엇보다 신규 고용창출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와 같다. 나아가 재정투자, 복지급여 등 국가 인프라의 지속가능성도 위협받게 된다. 이런 성장정체를 극복할 대안으로 혁신주도 창조경제로의 전환이 제시되고 있다. 벤처1세대로서 메디슨(현 삼성메디슨) 창업자이자 현재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겸 한국디지털병원 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의 ‘창조경제론’을 10회에 걸쳐 싣는다.
▶창조경제론 목차
1. 창조경제의 새로운 해석
2. 창조경제 패러독스와 초협력 생태계
3. 창조경제와 경제 민주화, 건강한 생태계
4. 창조경제와 혁신 시장
5. 창조경제와 창조금융, 특허 괴물
6. 창조경제와 시장 플랫폼
7. 창조경제와 생태계 연구 개발
8. 창조경제와 창조영재
9. 창조경제와 플랫폼 정부 3.0
10. 창조경제와 가벼운 창업
<1.창조경제의 새로운 해석>
하버드 경영대 교수인 마이클 포터는 경제 발전단계로서 요소주도 경제에서 효율주도 경제를 거쳐 ‘혁신주도 경제’로 발전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혁신경제와 새 정부의 창조경제는 어떠한 차이점을 지니는지 짚어보고, 우리에게 적합한 국가전략으로 재해석해 내는 작업이 필요한 때다.
‘창조경제(Creative Economy)’란 용어는 2001년 영국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가 처음 주창했다. 개념은 ‘혁신에서 창조성이 실천력보다 중요해지는 경제구조를 창조경제라 한다’이다.
이는 2000년 IT버블 붕괴 이후 개발, 디자인, 패션, 음악, 영상, 광고, 설계, 문학 등과 같은 문화산업을 중심으로 영국을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와 같은 막대한 문화수출을 하는 영국의 입장에서는 훌륭한 전략설정이었다. 호킨스가 2007년 정리한 15개 창조산업 분야 중 기술분야가 1개에 불과한 이유가 바로 창조성이 쉽게 구현되는 분야가 문화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창조경제 전략은 영어권이 아닌 한국입장에서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문화 콘텐츠산업으로 국가 전체 발전 전략을 구상하기에는 경제 진화단계가 영국과는 너무 다르다. 따라서 새 정부의 창조경제는 전 산업분야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다음과 같이 새롭게 정의될 수 있다.
혁신에는 두가지 요소가 있다.
먼저 창조적 아이디어와 강력한 실천력(Creativity & Challenge)이다. 지금까지 혁신에서 이 두가지 요소 중 대체로 실천력이 더 중요한 요소를 차지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돈과 사람과 시간이 필요했다. 새로운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실험설비를 구비해야 하고, 이를 시험생산하기 위한 파일럿 플랜트가 필요하고 이어서 대규모 생산시설과 이를 판매하기 위한 판매조직이 필요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창조적 아이디어 보다 실천력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창조적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실험을 해야 하고 시제품을 만들고 생산 공장을 구축해야 한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글로벌 유통은 또 하나 넘기 힘든 과제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산업이 문화산업화하고 있다. 즉, 실천력에서 창조성으로 혁신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 이유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비용과 시간이 극적으로 감소한데 있다. 바로 혁신 생태계 중심의 새로운 창조경제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즉, 아이디어의 구현이 극적으로 쉬워지고 있어 이제는 창조성이 혁신의 본질이 되고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 상황이다. 이런 새로운 경제를 한국의 창조경제라고 해석하기로 하자.
혁신에서, 창조성이 실천력보다 중요해 지는 이유는 ▷메타기술의 발달 ▷기술혁신 생태계 ▷시장플랫폼의 등장 때문이다. 수많은 전략적 제휴와 아웃소싱이 가능한 생태계의 형성이 창조적 아이디어의 구현을 극적으로 쉽게 만들어 주게 됐다. 한마디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개발 생태계가 다양하게 구축된 것이다.
창조적 아이디어 구현에 가장 큰 난관은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세계시장 진입이다. 과거에는 극소수의 기업들만이 세계시장 진입이 가능했으나 이젠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카카오와 같은 개방 시장플랫폼의 등장은 시장 진입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줬다.
이런 점에서 대기업의 효율과 중소벤처기업의 혁신이 정부의 공정과 선순환ㆍ융합하는 경제가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창조경제라 할 것이다.
▶이민화 이사장은
1953년 대구 출생
1976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1978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ㆍ전자공학 석사
1986년 KAIST 전기ㆍ전자공학 박사
1985~2001년 메디슨 대표이사
1995~2000년 벤처기업협회 초대회장
2008~현재 사단법인 유라시안네트워크 이사장
2009~현재 KAIST 초빙교수,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2009~2010년 기업호민관실 호민관(중소기업 옴부즈만)
2011~현재 한국디지털병원 수출사업협동조합(KOHEA)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