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ㆍ중ㆍ고교에서 기간제 교사들이 정규 교사들을 대신하여 학급 담임을 맡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중학교의 경우 기간제 교사의 67%가 담임을 맡는 등 전체 기간제 교사 2명 가운데 1명꼴로 담임을 맡고 있다고 하니 결코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교사들이 서로 담임 맡기를 기피하면서 나타난 기형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파행적으로 이뤄지는 현행 학교교육의 현주소를 말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사들의 담임 기피현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담임을 맡을 경우 자칫 학생이나 학부모들과 골치 아픈 시빗거리에 얽혀들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출결석 보고서나 생활기록부 작성, 가정통신문 등 잡무만 해도 적은 편이 아니다. 따라서 그 역할이 점차 기간제 교사들에게 떠넘겨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신분이 불안정한 기간제 교사들이 담임을 맡을 경우 학교폭력이나 자살예방 등의 생활지도에 적극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정규 교사는 거의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반면 기간제 교사가 갈수록 늘어나는 현상도 심각하다. 2010년 2만6000명에 미치지 못했던 기간제 교사는 지난해 4만명 가까이로 늘어났다. 이 기간 중 기간제 교사의 담임 비율이 31%에서 46%로 늘어난 것도 그런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로 미루어 아마 이번 신학기에도 기간제 교사에게 담임을 맡긴 경우는 더욱 늘어났을 것이라 여겨진다.
물론 중고교에서는 담임을 맡아도 교실 내부에서 돌아가는 문제점을 세밀히 파악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초등학교와 달리 아침 자습시간이나 종례시간, 또는 자신의 수업시간 중에 살펴보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정규 교사의 휴직이나 학급 감축에 대비하여 보통 1~2년 기간의 계약으로 채용하는 기간제 교사에게 담임을 맡긴다는 것은 정규 교사들의 책임회피나 마찬가지다. 상대적 약자인 기간제 교사들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나 다름없다.
주먹구구식 정책도 이처럼 왜곡된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난해 담임교사의 책임과 업무를 덜어준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복수담임제가 다시 학교별 자율의 ‘2인 담임제’로 선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과정에서 담임 업무가 기간제 교사들에게 돌려졌다. 정규 교사 증원, 담임수당 현실화 등 적극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학생들과 현장에서 소통하며 학교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해나가는 당사자가 담임교사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