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제한 따른 주택구입 유보
DTI규제가 거래위축 족쇄 작용
가계부채 완화에도 기여 못해
경제회생 위한 정부 결단 시급
새봄은 희망이다. 소생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민은 물론이고 소위 중산층이라고 자부했던 사람들까지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젊은 부부들은 의욕이 꺾인 채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베이비부머들의 표정은 더욱 어둡다. 평생 모은 집 한 채의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지고 대출상환 압력에 쫓기는 빚쟁이 신세가 됐으니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현 경제상황은 더욱 비관적이다. 분기별 경제성장률이 1%대까지 추락한 가운데 고용창출력과 성장잠재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추세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를 비롯해 여야가 경제심리를 되살리고 성장세를 우상향시키기 위한 경기활성화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끈질긴 국회와 국민 설득, 적극적인 이해 조정 등 실천 파이팅이 없다는 얘기다. 부동산 거래 정상화 대책만 해도 그렇다. 대선과 인수위 때만 해도 열의가 넘쳤다. 분양가상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폐지를 강력히 밀고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한 달이 지나면서 취득세 감면 연장 관련 법안은 여전히 떠밀리고 당당했던 규제 폐지 주장은 희석되고 있다.
부동산을 경제활성화의 지렛대로 삼는 게 옳으냐, 또 가계부채 증가에 볼모로 잡힌 DTI 규제, 가진 자의 불로소득을 막기 위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장막을 걷어내는 데에도 긍정과 부정적 인식이 상존, 정책 목표와 방향을 결정하고 후속 입법 뒷받침을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바닥까지 추락한 미국경제가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살아나고, 일본 역시 부동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돈이 몰려드는 독일 경제도 마찬가지로 부동산이 탄탄한 밑받침이 되고 있다. 부동산과 건설에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던 DJ정부조차 규제를 과감히 풀어 1.5%포인트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린 바 있다.
주택시장을 경제회생의 디딤돌로 삼는 이유는 바닥을 움직이기 쉽고 모든 경제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서민 주거난, 집값 올리는 것과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박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실질적 효과를 거두고 경기활성화에 초석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DTI 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문제는 반드시 부처 간 이견 조정은 물론 여야 설득을 통해 완결, 시장에 신뢰를 줘야 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 주택 가격 및 거래량을 분석해보면 DTI 규제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확연하게 드러난다. 2009년 적극적인 부동산 활성화 대책으로 그해 4월 상승세로 반전되던 수도권 집값은 9월 DTI가 적용되면서 하향세로 꺾인다. 거래위축이 심화되자 MB정부는 2010년 8월 강남 3구를 제외하고 한시적으로 DTI를 푼다. 그러자 주택거래가 늘면서 가격은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으나 2011년 3월 유예기간이 만료되자 집값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한 사람이 여러 주택을 매입할 경우 금융대출제한을 받게 되어 임대목적 주택수요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는 대출 제한, 실수요자는 시장침체로 주택 구입을 유보, 결국 DTI 규제가 총체적인 주택수요를 위축시키는 족쇄로 작용하는 것이다. 959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증가의 볼모가 되고 있으나 이는 착시현상이다.
수도권의 경우 DTI 규제 적용 이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둔화 여파는 대출기피가 아니라 주택시장 침체에 기인한 것이다. 국토연구원 분석에서도 대출 연체율이 DTI 규제 이후 오히려 0.3~0.4%포인트 높아진 것 역시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었거나 하우스푸어 발생으로 자금상황이 어려워진 데 따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DTI 규제 해제 후 주택시장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 6개월 단위로 평가해서 추가 규제 여부를 판단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봄 직하다. 정부 방침만으로 조정이 가능하고 시장 대응이 용이하며 정책시차를 줄일 수 있는 경제활성화의 3박자 불쏘시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