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인사보안’이 결국 화를 불렀다. 중소기업청장으로 내정됐던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임명장을 받기 직전 사퇴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정부조직 개편으로 미래창조과학부에 이은 두번째 역작으로 꼽히는 중기청도 수장(首長) 인사문제로 큰 상처를 입게 된 것이다. 이제 관심은 후임 인선으로 집중됐으나 사계(斯界) 누구도 종잡지 못하고 있다.
황 내정자 사퇴에는 공직자윤리법상 주식백지신탁이라는 제도가 있다. 이는 한마디로 고위 공직자가 되려면 직무와 관련 있는 기업의 주식을 보유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직무상 얻은 정보를 주식 거래에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이다.
3000만원을 초과하는 주식은 매각하거나 금융회사에 백지신탁해야 하며, 신탁회사는 이를 60일 이내에 처분해야 하도록 돼 있다.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기업 오너의 경우 큰 부담이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기업은 무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업인이라면 누구나 갈등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비상장사가 아닌 상장회사의 경우 신탁된 주식은 현금화가 더욱 쉽다. 신탁회사가 이런 권리를 묵혀둘 리도 천만부당하다.
이런 문제에 대한 사전 고지 및 인지여부를 두고 청와대와 황 내정자간 말이 엇갈린다.
“주식처분 가능성을 미리 알려줬다.” “주식을 맡기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팔아야 하는 지는 몰랐다.”
그러나 정황상 내정 직후까지 어느 쪽도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했던 듯 하다.
여기서 두가지 문제점이 나온다.
우선 청와대 인사체계의 문제다. 인사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나치게 보안에 집착하다 보니 사전검증이 불가능해졌다. 벌써 몇번째 중도 낙마인가.
또 하나는 이 제도가 두고두고 ‘창의적 인사’를 가로막을 것이란 점이다.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사실상 전문경영인이 아닌 기업의 오너는 고위 공직 진출길이 원천 차단돼 있는 셈이다. 혁신을 위해선 적과도 손을 잡는 대융합시대에 ‘민ㆍ관융합 인사’는 불가능하단 것이다.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
<조문술 산업부 차장/freihe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