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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화균> 삼성의 ‘통섭 채용’ 에 거는 기대
다른 귀로 듣고, 다른 눈으로 보는 것을, 머리와 마음으로 서로 합칠 때 새로운것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2013년 한국은 그런 눈과 귀, 머리와 마음을 가진 인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아빠. 문과 갈까요. 이과 갈까요.”

지난 연말 당시 고교 1년생인 아들이 던진 숙제에 한참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진로 선택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터.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역사와 사회 과목을 좋아하는 아이. 그리고 비행기와 기차, 자동차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 이제는 통섭의 시대인데…. 고민을 했지만 선택이라는 현실의 벽에 결국 하나를 찍을 수밖에 없었다. 아들은 대학 문이 상대적으로 넓고 취업에 유리하다는 이과를 선택했다.

황당할 수도 있지만 이런 가정을 해보자.

만약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 선생이 2013년 한국에 환생한다면…,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역시 현재 한국에 산다면…, 그리고 그들도 필자의 아들과 똑같은 선택을 강요받는다면….

정약용과 다빈치는 역사책 속 대표적인 통섭형 학자다. 정약용은 대표적 인문학자이면서 실용론자다.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스스로 거중기를 개발했다. 다빈치는 회화, 건축, 철학, 시, 작곡, 조각, 육상, 물리학, 수학, 해부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 이들이 문과와 이과의 선택을 강요받는 한국의 현실에 있었다면 과연 통섭형 인재가 될 수 있었을까. 논란이 있겠지만 필자의 답은 단호히 ‘아니요’다. 이들 역시 ‘문과형 인재’ 혹은 ‘이과형 인재’로 벽을 넘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삼성그릅의 새로운 인재 양성 실험, 이른바 ‘통섭형 인재 채용’ 방안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인문계 대졸자를 뽑아 6개월간 교육시킨 후 소프트웨어 인재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과형 직종인 소프트웨어에 인문계의 상상력과 감성을 심겠다는 취지다. 갈수록 좁아지는 인문계 출신에 기회를 주겠다는 사회적 책임감도 담겨 있다. 사실 통섭형 인재는 재계에서 이미 화두가 된 지 오래다.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 취임 이후 인문학 강좌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차디찬 철에 사람의 감성을 심고, 이를 통해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취지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삼성 사장단 회의의 강사 중 상당수는 인문학자다.

기업들이 인문학에 열을 올리는 것은 창조적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서다. 압축 성장의 시대, 한국 경제가 구사한 전략은 ‘모방’이었다. 오늘의 한국 경제를 만든 것은 발 빠르게 따라 하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방이 아닌 창조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2등에서 1등으로 올라서고, 1등의 자리를 계속 지키고,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서양의 금언이다. 정약용 선생도 비슷한 말을 했다고 한다. 다른 귀로 듣고, 다른 눈으로 보는 것을, 머리와 마음으로 서로 합칠 때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2013년 한국은 그런 눈과 귀, 머리와 마음을 가진 인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한자 ‘토(土)’를 놓고 문과 학생은 ‘흙 토’, 이공계 학생은 ‘플러스 마이너스’라고 답한다는 우스갯소리는 과감히 집어던져야 한다.

‘문ㆍ리(文理)의 벽’을 넘으려는 기업들의 시도가 일선 교육현장의 통섭형 인재 양성교육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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