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5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배제키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쇄신 공약에 포함된 사안이라 의미가 적지 않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은 대표적인 구태정치의 표본에 속한다. 1995년 전국 244개 광역ㆍ기초자치단체에서 직선제가 시행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선거 때마다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을 대가로 중앙당과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이 금품을 상납받는 등의 폐단은 심각했다. 지방의 중앙 종속에 따른 고질적인 계파정치 확산, 고비용 선거구조 등 이 모든 것이 하향식 공천이 가져온 부작용이다. 선거 때마다 기초단체장이나 의원들이 총선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지방 선출직을 주민에게 봉사하는 자리가 아닌 입신영달의 교두보인 양 착각하는 정치 인플레 풍토가 문제였다. 중앙당 공천제가 부추긴 결과다. 불필요한 선거로 혈세낭비는 물론 행정공백과 공직기강 해외, 정책혼란 등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었다.
선진국에선 정당공천제를 아예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의 경우 지방선거 출마자의 99%가 무소속 출신이다. 국정은 정당이, 지방자치는 무소속이 주도한다는 원칙이 있다. 미국은 지자체 70% 이상이 선거 때 정당표방을 금하고 있다. 유럽은 ‘풀뿌리 생활정치’ 기치 아래 중앙의 지방 개입 여지를 두지 않고 있다.
정치적 합의가 관건이다. 기초단체장과 광역ㆍ기초의회 의원 선거에 중앙당이 후보자를 공천할 수 있도록 정한 현행 선거법부터 개정해야 한다. ‘안철수 현상’을 의식해 역시 이 문제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민주통합당이 최근 당내 의견 수렴과정에서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는 것은 정치적 도리 차원에서도 유감이다. 이런 것부터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로 정치쇄신 아닌가. 이미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여야가 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조기 법제화는 손쉽게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중앙의 간섭과 통제를 없애고 지방 주민들이 지도자를 직접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이자 진정한 정치 개혁이다. 지역일선의 행정업무를 다루는 이들이 굳이 당파나 당적을 가질 이유는 없다. 한편으론 중앙당 공천폐지가 낳을 부작용은 없는지 꼼꼼히 따지는 것도 중요하다. 예컨대 중앙의 무관심 아래 비리가 음성화 내지는 토착화할 소지가 없지 않다. 선거 비리에 대한 법적 처벌 강화 등의 장치도 동시에 마련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