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고용 없는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되는 제조업의 숙명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효율화 투자를 지속해야 하고, 효율화 투자는 일자리를 줄인다. 이제 우리의 경제 운용 목표는 성장이 아니다.
가장 우선시 돼야 할 것은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좋은 일자리는 대체로 제조업에서 창출된다. 따라서 좋은 일자리를 지키는 길은 제조업 공동화를 막고 새로운 제조업이 국내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반 비용이 저렴하고, 노사 분규나 파업이 없는 파격적인 기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특구가 답일 수도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는 일’이다. 단, 협소한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국내에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는 산업이어야 한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산업은 관광산업이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을 늘리면 국내에 일자리가 70만개 늘어난다. 우리 주변에는 중산층 관광인구가 엄청나게 많다. 일본 중국 대만 홍콩이 있고, 동남아시아 국가들까지 포함하면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잠재 시장이다.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세 번째로 주목해야 할 것은 ‘새로운 산업을 발명해내는 일’이다. 우리 경제가 모방경제에서 혁신경제로 옮겨가야 한다는 뜻이다. 실리콘밸리처럼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상품이 발명돼야 한다. R&D와 벤처 생태계가 형성돼 항상 새로운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기존 산업을 대체하는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 우리의 경제 구조가 창조경제로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다.
네 번째는 ‘튼튼한 내수 소비 시장을 만드는 일’이다. 튼튼한 내수 시장이 있어야 내수 관련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가 된다. 지금은 중산층이 얇아지고 국내 소비가 허약해져서 내수 관련 일자리의 질적 수준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또한 우리 가계가 안정적으로 우리 제품을 소비해줄 수 있을 때에만 비로소 우리 기업들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모든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잘 구비된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경제는 구성원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결정한다. 기대가 낙관적일 때에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고 성장을 거듭한다. 하지만 비관적인 기대가 형성돼 있을 때에는 소비가 위축되고 성장이 정체되며 그것이 다시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연결되는 케인스식 ‘절약의 역설’에 빠지게 된다. 사회안전망이 촘촘하게 완비돼 든든하게 기댈 곳을 만들어줘야 미래에 대한 기대가 낙관적으로 형성된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통해 생계도 유지하고 성취감도 얻는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는 성장과 고용이 정체되는 비수렴 중진국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하면 좋은 일자리를 기대할 수 없다. 앞으로 5년이 중요하다. 국민적 역량을 결집해야 할 때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