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미친 개 짖는 개 무는 개
22일 조간에 북한 군인 12명이 무장 탈북하다 중국군에 잡혀 강제 송환됐다는 소식이 실렸다. 지난달엔 병사 2명이 상관을 사살하고 중국으로 도주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북ㆍ중 국경이 수상쩍다.
최근 며칠 사이 외신 동향은 더 심각하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북한정권의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마이크 로저스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오히려 아버지 김정일 때가 더 낫다고 평가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대로라면 북한은 틀림없이 멸망할 것이라 했다.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의회 증언에서 중국이 북한 어린 지도자에 대해 짜증을 낸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중국에서 리커창 신임총리에게 직접 들었다는 것이다.
중국 내부는 어떨까. 관영 ‘환구시보’ 사설은 북한이 중국의 이익을 무시하고 외교와 안전을 곤란하게 했기에 유엔 결의안에 찬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산당 이론교육을 전파하는 ‘학습시보’의 덩위웬 부편집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중국이 북한을 포기(abandon)하고 한국 중심의 통일을 유도해야 한다고 대놓고 말했다. 며칠 전 끝난 중국 양회(兩會)에선 장성들이 앞 다퉈 유엔 결의를 지지했다. 인줘 해군 소장 같은 이는 북한과 더 이상 군사동맹 관계가 아니라고 잘랐다. 피로감이 줄줄 묻어난다. ‘입술(북한)이 없으면 이(중국)가 시리다’는 과거 연대논리는 간 데 없다.
정리해 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2년 전 통일이 밤도둑처럼 찾아들지 모른다고 했다. 퇴임 직전에는 한ㆍ중 정상 간에 통일 논의가 이미 있었음을 선뜻 공개했다. 중국 스스로 더 이상 북한 편이 아니라고 한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의 행동에 좌절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생각을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지난 15일자 북한 조선중앙통신 논평. ‘우리 공화국 인터네트 봉사기(인터넷 서버)들에 대한 집중적이고 집요한 비루스(바이러스) 공격이 연일 감행되고…적들의 사이버 공격이 극히 무모하고 엄중한 단계…결코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
엊그제 일부 방송사와 금융기관 전산망이 수 시간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북한이 사이버 공격 맞대응 운운한 지 딱 5일 만이다. 아귀가 맞아떨어진다. 이에 앞서 우리 하늘엔 핵 전략폭격기인 미군 B-52기가 굉음을 내더니, 바다에선 미 7함대 소속 6900t급 핵추진 잠수함 ‘샤이엔’이 위용을 드러냈다. 때맞춰 ‘저승사자’로 통하는 대북 제재 전문 데이비드 코언 미국 재무부 테러ㆍ금융정보 담당 차관도 서울에 왔다. 무시무시하다. 무력도발을 접고 사이버 테러로 선회한 이유일까. 그렇다면 다음 선택은?
핵과 사이버, 그리고 자폭테러라는 최악까지 상정해야 할 때다. 37년 전 남북 간 최대위기였던 판문점 도끼만행 때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했다. 며칠 전 국방부 고위인사가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짖다 대뜸 무는 개도 있음을 주의하자. 분단사상 최대 고비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듯하다. 실로 막중한 때다.
<요지> 며칠 전 국방부 고위인사가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짖다 대뜸 무는 개도 있음을 주의하자. 분단사상 최대 고비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듯하다. 실로 막중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