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별장 성접대 사건과 관련한 의혹들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별장 주인이자 사건의 핵심인물인 건설업자 윤모 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거론되는 인물들도 당초 10명 안팎에서 지금은 30명 선으로 늘어나 그 실명이 트위터 등 개인 통신망을 타고 급속히 옮겨지고 있다. 속옷 차림으로 노래를 부르며 이상한 행동을 했다는 삼류 소설 같은 내용도 그렇거니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증권가의 출처불명 정보지 등이 소문의 진원지이나 그 내용이 그럴듯해 보여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이다. 소문을 사실대로 믿는다는 얘기가 아니라 오히려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기정사실화돼 퍼져가고 있다는 것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영기업체 등 산하기관장 인사를 앞두고 유력 경쟁자들을 음해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소문도 돈다.
이처럼 갖가지 소문이 꼬리를 무는 것은 수사가 제대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윤 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제기된 어느 여성 사업가의 고소사건을 처리하는 단계에서부터 경찰이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당사자의 증언까지 제기되는 마당이다. 이미 서너 달 전부터 사건 첩보가 있었는데도 유야무야 미뤘다는 것도 석연치는 않다. 심지어 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관련 기관들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믿을 수 없는 얘기도 들린다.
사건에 쏠리는 의혹을 해소하려면 어떤 인물들이 성접대를 받았는지, 그 결과 사건의 당사자인 윤 씨가 어떤 부당한 혜택을 받았는지가 명백히 가려져야 한다. 성접대를 받은 공직자 리스트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물론 유력인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별장에서 마약파티가 벌어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 여부가 명확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사실과 다르게 성접대 명단에 올라 덤터기를 쓴 경우가 있다면 그 억울함을 벗겨줄 필요도 있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관음증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문제다. 사실에 접근하려는 자세보다 말초적 화제 위주로 관심이 집중되는 듯 한 분위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곳곳에서 성희롱과 성추행, 성상납을 포함한 추문들이 전해지는 상황에서 도덕적으로 불감증이 심화된 결과다.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차원에서도 명백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공직사회가 성접대의 사슬로 얽혀 있다는 누명만은 벗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