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2708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도보다 불과 257달러(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은 예상대로 2.0%에 가까스로 턱걸이했다. 그나마 둔해진 성장의 과실마저 개인은 누리지 못한 것이다. 얇아진 지갑이 채워지지 않으니 소비가 늘 턱이 없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이유다.
이러다 선진국 문 앞에 가보지도 못하고 주저앉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선 게 2007년이다. 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16년은 돼야 3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소득 2만달러에서 3만달러에 이른 기간이 4년, 영국은 8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보다 훨씬 늦게 2만달러에 도달했는데도 10년이나 걸릴 판이다. 그것도 연 3%대 이상 성장을 전제한 것이라 지금 같은 속도로는 요원하다는 얘기다. 이러니 4만달러는 돼야 넘을 수 있다는 선진국 문턱이 더 높아 보일 수밖에 없다.
저성장 기조가 만성화되기 전에 박근혜 정부는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찾을 획기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임기 내 최소한 3만달러를 넘어 4만달러로 가는 토양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물론 가로놓인 걸림돌이 만만치 않다. 다소 완화되고 있다지만 유로권 재정위기 여진은 계속되고 있으며 미국의 재정절벽 변수도 남아 있다. 여기에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 둔화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태다.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환율전쟁으로 장기화되고 있는 원화 가치 상승도 여간 부담이 아니다. 각오를 단단히 다지지 않으면 한 걸음도 나아가기 어려운 환경이다.
무엇보다 최대 동력인 수출을 더 강화하는 게 우선이다. 다만 지금 같은 양적 확대에 치중하는 구조로는 곤란하다. 우리의 강점인 정보기술(IT) 분야와 조선 철강 자동차 등 다른 산업들 간 융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가격보다는 기술경쟁력으로 시장을 선도하자는 것이다. 한ㆍ미, 한ㆍEU 등 확대된 자유무역협정(FTA)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한ㆍ미 FTA만 보더라도 그 경제적 효과가 이미 확인되고 있다. 안으로는 성장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정책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 수치가 아닌 실제 일자리 위주의 성장이 돼야 하고, 소비 심리를 부추길 탄력적 금리 정책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