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증하는 북의 무력위협에 대한 우리 측의 대응이 너무 안이하다. 지나친 대범함이 완벽한 대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국민이 보기에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여 불안하다. 북의 핵과 미사일은 우리가 속수무책인 사이에 어느덧 명백하고 현존하는 최대의 안보 위험요소로 부상했다.
물론 북핵과 미사일의 전략적 가치와 실제적 위험도는 전문적 평가가 따로 필요하겠지만 우리에게는 그것들이 1차적이고 치명적인 위험 요소인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핵능력 자체도 문제지만 더욱 위험한 요소는 그것을 지배관리하는 지휘부의 불안정성과 불가측성, 그리고 도덕적 분별력과 판단력에 대한 심각한 하자 징후가 빈번하게 노출되고 있는 점이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대남ㆍ대미 위협을 김정은 체제의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대내 정치용으로 단순화하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요소는 지금이 아직도 권력의 과도기라는 점이다. 김정은 제1비서가 권력기반을 굳히기에는 너무 이른데다 선군정치 체제의 안정적 기반도 완성됐다고 보기 어려워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매우 불안하다. 이런 국면에서 대내 결속을 위한 대외 긴장의 조성은 논리적으로는 그럴 듯하지만 우발적 위험도가 매우 높은 취약성을 안고 있다.
우리가 진실로 우려해야 할 것은 이 같은 구조적 우발적 위험 함정이다. 미국 백악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북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도 이 때문이고, 헤이글 국방장관이 북의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젊은 지도자가 취해온 도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대응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도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에 비해 우리 정부의 대응 자세는 너무 여유롭다. 북이 ‘전시상황 돌입’ 특별성명을 내자 “새로운 위협이 아니다”고 간단히 논평했고, 개성공단 폐쇄 위협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특별한 징후가 없다”며 여유를 보이고 있다. 연일 전쟁위협을 쏟아내는 와중에서도 통일장관은 남북 교류협력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내는 등 상황 판단에 혼선을 빚었다.
이런 정부의 자세는 국민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개성공단은 보통 때는 남북안전판이지만 위기 때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언제든지 폐쇄될 수 있고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과 판단력을 과신해서는 안되며, 항상 최악의 위기를 전제로 비상대응 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후회할 일이 꼭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