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공약에서 최대 공약인 ‘복지’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데도, 증세 없이 세금을 철저히 거둬 돈을 마련하겠다고 자신만만이다. 당장 세수가 ‘펑크’ 나서 나라가 빚을 내야 할 처지인데도 요지부동이다.
‘눈엣가시’를 한자로 쓰면 ‘안중지정(眼中之釘)’이다. 10세기 당(唐)을 무너뜨리고 후량(後梁)을 세운 황제 이존욱은 당대 최고의 군사전략가였다. 그런데 그가 중원을 제패한 후에는 가혹하게 세금 거둬 후량은 불과 14년 만에 거덜 났다. 당시 가혹한 세금제도를 만든 사람은 재상 공겸(孔謙)이지만, 오늘날 더 유명한 이는 당시 세금 걷는 재주로 출세한 조재례(趙在禮)다. 그가 송주(宋州) 지방관으로 있다 다른 곳으로 옮기자 백성들은 “마치 눈에 박힌 못을 뺀 것처럼 시원하구나”라며 기뻐했다고 한다. ‘안중지정’의 유래다.
당시 공겸이 만든 악명 높던 세금 가운데 ‘작서모세(雀鼠耗稅)’가 있다. 곡식을 정부 창고에 보관할 때 새나 쥐가 축내는 분량을 세금으로 걷기 위해 만들었다. 1000년 전에 새나 쥐가 축낸 곡식이 얼마고, 관리소홀로 인한 손실이 얼마인지 정확히 계산했을 리 없다. 관청에서 ‘얼마나 축났으니 더 내라’면 그뿐. 조재례의 재주가 짐작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일성(一聲) 가운데 하나가 ‘손톱 밑에 가시를 뽑겠다’이다. 그런데 요즘 보면 되레 ‘손톱 밑에 가시(指甲下釘)’를 꽂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박 대통령은 공약에서 최대 공약인 ‘복지’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데도, 증세 없이 세금을 철저히 거둬 돈을 마련하겠다고 자신만만이다. 당장 세수가 ‘펑크’ 나서 나라가 빚을 내야 할 처지인데도 요지부동이다. 1일 발표한 부동산대책을 봐도 나라 곳간이 꽤 줄어들 듯 보인다. 그래도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줄줄 새는 세금을 막고, 허리띠까지 졸라매면 못할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세금 올리는 것을 환영할 국민은 없다. 그런데 보통 정부가 징세를 강화하면 부자들은 더욱 치밀한 준비로 징세망을 교묘히 피하려 한다. 증세를 피하려다 자칫 서민이나 사회적 약자들의 세원(稅源)만 더 드러나지 않을지 걱정스러운 이유다. 원칙을 중요시하는 박 대통령이다보니 서민이라고 봐주고 부자라고 더 엄격할 리 만무다. 증세를 안 하지만, 담뱃값 올리고 각종 비과세 혜택은 줄인다고 한다. 서민들에게는 세금 더 내라는 소리로만 들린다. 앞으론 증세 안 한다더니 뒤로 세금을 올리려는 꼼수로 보인다.
전국시대를 통일한 진시황은 패륜을 저지른 모후 조희(趙姬)를 유폐시킨다. 27명의 신하가 효(孝)가 아니라며 유폐를 풀어줄 것을 간언(諫言)하자 차례로 이들의 목을 친다. 28번째로 진왕에게 간언해 성공한 이가 모초(茅焦)다. 그는 ‘임금의 잘못을 신하가 말리지 않는 것도 죄고, 신하의 충언을 임금이 따르지 않는 것도 잘못’이라고 설득했다. 아마 시황제가 27명의 충신을 죽이지 않고 그들로 하여금 국정을 지키게 했다면, 중국 첫 통일제국이 불과 16년 만에 ‘간신의 배신’으로 무너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만약 박 대통령의 ‘증세 불가’가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나면 과연 측근 중에 몇이나 ‘목’을 걸고 직언을 할까? 장관들과 청와대 수석을 따지면 50명은 족히 넘으니, 28명 이상은 직언에 나서리라고 믿고 싶다. ‘준비된 대통령’이 가려 뽑은 이들인데, 설마 자리에 연연해 직언을 꺼릴까. ‘호랑이보다 무서운 게 가혹한 정치(苛政猛於虎)’란 것을 알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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