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국정 아이콘이다시피한 ‘창조경제’를 둘러싸고 개념 논쟁이 일고 있다. 한마디로 창조경제란 것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것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쪽은 그 의미가 구체적이지 못하고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것이고, 이에 대한 대응이 명쾌하지 못하고 두루뭉술해지면서 파장이 커지는 상황이다. 옳고 그름의 선을 딱히 그어야 할 성격의 사안이 아니지만 새 정부의 국정운영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비판과 맞물려 또 하나의 불씨가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정작 정부여당 내부였다.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의 국정철학 설명에 대해 여당의원들이 질책성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의미는 물론이고 주체도 불분명해 국민을 상대로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여야 의원들의 개념 추궁에 최 후보자는 “기술 추격이 아니고 기술 선도형으로 나아가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고 그 동력 안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는 설명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선뜻 무슨 뜻인지 와 닿지 않았기에 그러했을 것이다. “서비스와 솔루션,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창조경제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어 가겠다”는 장관으로서의 각오를 놓고도 질타가 이어졌다. 본인으로서는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이 보기에는 아쉬움 또한 적지 않은 것도 분명하다. 비단 최 후보자만의 일이 아니란 게 더 문제다. 최근 시작된 각 부처 업무보고에는 ‘창조’라는 용어가 과도하게 등장한다고 한다. 그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러다 자칫 관료주의적 형식과 타성에 창조라는 액면 그대로의 속성과 본질이 가려지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논란 와중에 박 대통령의 대선 경제공약 수립에 중책을 맡았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2일 “과거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경제적 타당성을 따져 사업화하는 것과, 이미 있거나 새롭게 나온 기술을 기존 산업에 접목하는 융복합 등 투트랙으로 보아야 하며 키 플레이어는 벤처기업”이라는 나름의 정의를 내렸다. 의미가 적지 않다.
설득력 있는 설명은 보태질수록 좋다. 더구나 대선 전부터 창조경제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보여 온 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을 상대로 설명에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번 논란을 부질없는 논쟁으로 치부하기보다는 내실 있는 국정운영은 물론이고 국민과의 소통 차원에서도 명확한 개념정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